10월 코스닥 개인 거래비중 80%…약 20년만에 최저

급락장 거치며 개인 거래 위축 가속…"코스닥 단기 낙폭 만회 쉽지 않아"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급락을 경험한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근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은 116조3천905억원으로 이 시장 전체 거래대금(145조4천549억원)의 80.0%에 그쳤다.

이는 1999년 3월(77.7%) 이후 19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의 개인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 3월 96.7%로 정점을 찍은 이후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대체로 90% 내외를 유지해왔다.금융위기가 본격화해 지수가 한 달간 30.12%나 급락했던 2008년 10월에도 개인 거래비중은 87.8%였다.

코스닥 개인 거래비중은 지난해 3월(90.0%)을 마지막으로 90% 아래로 내려왔고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85% 안팎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6월 83.8%, 7월 81.6% 등으로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지난 8∼9월에 84%대로 잠시 올라왔지만 10월에는 80% 선을 간신히 지켰고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80.8%에 그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거래비중이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비중은 높아졌다.

올해 1월 6.9% 수준이던 코스닥의 외국인 거래비중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10% 안팎으로 높아져 지난달에는 11.7%를 기록했다.기관 거래비중도 같은 기간 5.2%에서 7.5%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규모가 커진 것보다는 개인 거래대금이 더 가파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월별 개인 거래금액은 지난 1월 331조7천50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64.92% 줄어든 116억3천905억원을 기록했다.

약 10개월 만에 반 토막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과 기관의 지난달 거래대금은 각각 16조9천782억원과 10조8천524억원으로 1월 대비 35.78%, 45.44% 각각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보다 코스닥시장에서 더 많이 이탈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스닥의 주요 수급 주체인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하면서 시장 전체 거래 규모 감소세도 계속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지난달 거래대금 145조4천549원은 작년 10월(123조1천871억원) 이후 가작 적다.

올해 1월(381조3천945억원)과 비교하면 61.86% 감소한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바이오·제약업종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이슈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정부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실망감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아 코스닥시장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1.11% 급락해 주요국 30개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달 들어 소폭 반등을 시도하고는 있으나 지난 12일에는 시총 상위 바이오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2.40% 하락한 670.82로 마감하는 등 670∼68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 업종 비중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정장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종목 위주로 위험관리를 하게 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에는 코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져도 개인이 받쳐줬는데 최근에는 개인 매수세가 제대로 유입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도 "금리상승 우려는 결국 바이오 등 성장주 위주인 코스닥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국내적 이슈가 겹치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이론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수준으로 무너져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의 반등과 낙폭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투자심리가 심하게 망가져 있어 지수가 기술적 반등은 해도 연내에 급락 이전 수준인 800선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결국 미국 금리상승과 미중 무역분쟁 관련 이슈가 해결돼야 하는데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데다 지수가 700선이나 750선 부근으로 오르면 털어내려는 물량이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훈석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의 심리 사이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자심리를 되돌리려면 상장사 실적과 경기지표 등 수치가 필요한데 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며 "낙폭을 절반 정도 되돌린 수준인 720∼730선이 당분간 반등의 한계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코스닥지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 연구개발비 이슈는 일회성이나 향후 임상 2상까지 비용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예상치 하향조정 요인이다.정부의 시장 활성화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