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삼성 폴더블폰…2위 추격 따돌릴 '효자 시리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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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디지털 기기삼성전자의 비밀병기 폴더블 스마트폰이 베일을 벗었다. 혁신의 한계로 역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애플, 화웨이 등 경쟁 업체의 추격을 따돌릴지도 관전 포인트다.
접으면 4.58인치 플립폰, 펼치면 7.3인치 태블릿
2~3개 앱 동시에 구동…멀티태스킹에 최적화
'원 UI' 도 공개
접으면 4.6인치, 펼치면 7.3인치
삼성전자는 지난 7~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미래를 만나는 곳’이란 주제로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를 열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세계 각국 개발자와 서비스 파트너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폴더블폰에 장착되는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는 연단에 올라 재킷 안주머니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내 접었다 펴보였다. 데니슨 상무는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커버 글라스를 대신할 새로운 소재와 수십만 번 접었다 펼쳐도 견디는 새로운 형태의 접착제를 개발했다”며 “접었을 때도 슬림한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자체의 두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더블폰을 수개월 안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이날 공개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다. 접었을 때 바깥에 보이는 디스플레이는 21 대 9 비율의 4.58인치, 펼쳤을 때 안쪽에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는 4.2 대 3 비율의 7.3인치 크기다. 해상도는 두 디스플레이 모두 420dpi(인치당 도트 수)다. 이날 공개된 디스플레이는 완제품이 아니라 테스트용 케이스(일명 도시락)에 장착된 상태로 실제 제품 디자인은 공개된 제품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석엔지니어는 별도 세션에서 “커버 디스플레이는 최근 스마트폰 화면보다 다소 작지만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의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다”며 “알림을 받거나 전화, 메시지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화면에서 앱 2~3개 동시 구동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모바일 사용자를 위한 ‘원 UI(유저 인터페이스)’도 공개했다. 새로운 기기가 출시되기 전에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화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아이콘을 간결하게 정돈하고 화면 배치는 가독성·접근성을 높였다. 스마트폰 상단은 보는 구간, 하단은 터치 구간으로 설정해 한 손 조작이 가능하게 했다. 내년 1월 정식 서비스에 앞서 이달 한국과 미국 등에서 갤럭시S9 시리즈, 갤럭시노트9을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9.0 파이 베타 서비스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원 UI가 적용된다. 7.3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의 ‘멀티 윈도’가 대표적이다. 하나의 앱을 전체 화면으로 쓸 수 있고 화면을 2~3개로 나눠 쓰는 것도 가능하다. 멀티태스킹에 최적화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가령 화면 왼쪽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오른쪽 화면은 반씩 나눠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브라우저를 동시에 쓸 수 있다. 커버 디스플레이에서 작업을 하다 스마트폰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큰 화면으로 바뀌는 기능도 제공한다. 뉴스 큐레이팅 업체인 플립보드는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달라지는 앱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루스 구글 시니어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는 “다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Q에선 한 화면에서 동시에 앱을 쓸 수 있는 동시 구동이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앱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폴더블폰 OS를 개발 중이다. 테스트 도구를 제공해 개발자들이 초기부터 폴더블폰에 맞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돌파구 될까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에 대해 업계에선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6000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스마트폰 디자인은 사소한 개선만 있었다”며 “주머니 사이즈의 플립폰과 태블릿을 섞은 폴더블폰 아이디어는 그동안 스마트폰 디자인 가운데 가장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처음 시도하는 회사는 아니다”면서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노하우, 시장 점유율, 마케팅 능력은 폴더블폰을 주류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삼성전자를 필두로 화웨이, LG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들도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욜이 지난달 31일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공개했고, 화웨이는 내년 6월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폴더블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LG전자도 내년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제품 판매 초기에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1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폰이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