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신용등급 '부정적'으로 바뀐 현대·기아차…"내년도 어렵다"

실적 부진에 신용도 '경고등'
2019년 시장 전망도 부정적
中·美수요부진 지속 가능성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부품 조립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지난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내년 자동차 업황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현대차(AAA)와 기아차(AA+)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양사 신용등급(A-)을 'BBB+'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와 한국기업평가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같은 신용등급 하락은 주가 반등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김호섭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신차 출시에도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지속돼 수익창출력이 개선되지 않거나 실적회복이 제한적일 경우, 또는 미국 관세부과 등 부정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은 호황이던 2012년 7조원에서 지난해 3.5조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올 들어선 품질비용의 증가 등으로 실적저하 폭이 확대됐다. 3분기 누적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64% 줄어든 1조1000억원, 같은 기간 기아차는 7760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선 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 증가에 따른 구조적 측면의 수익창출력 약화가 지속된 점을 지적한다. 중국, 미국 등 주력 시장의 수요둔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도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리콜 등의 품질이슈 지속과 미국의 관세부과 가능성은 실적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약 610만대를 팔았다. 연초 발표한 750만대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및 중국지역 판매량은 전년의 낮은 기저에도 올 3분기까지 성장세로 전환하지 못했다.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 및 무역갈등 영향은 주력 시장의 수요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신흥국 통화 약세 기조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신흥시장의 판매 비중이 적지 않은 현대·기아차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내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 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상승, 금리인상, 무역분쟁 등의 통상환경 악화에 따라 중국, 미국에서의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위기 상황을 신차 효과로 돌파했다. 지금은 중국 토종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주요국의 경쟁 심화로 신차 특수를 노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럴 때일수록 상품·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내년에 북미 지역에선 디자인과 품질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