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신직업 리포트] 삶을 뒤바꿀 새로운 기술 - 최고의 스펙은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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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특정 기술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출현하고, 분화와 통합 과정을 거쳐 소멸하는 유기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그만큼 직업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직업을 고민하려면 먼저 기술 발전과 앞선 정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왜곡된 스펙의 정의“스펙을 변경하라고? 양산 일정이 코앞인데 지금 스펙을 바꾸면 추가 개발비, 거기다 출시 일정 못 맞춰 발생한 손해는 누가 책임질건데?”
필자가 자동차 부품회사 엔지니어 시절, 완성차 업체 혹은 내부 문제로 스펙이 변경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짜증 섞인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원래 스펙이란 단어는 ‘specification’의 약자로, 웹스터 영어 사전에는 “수행할 작업이나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부품과 재료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 무엇을 해야할지 혹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상세한 지시사항”으로 정의되어 있다. 물론 디자인과 기능에도 스펙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공학과 엔지니어링 분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모든 조직들이 가장 먼저 협의하고 문서화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이자 절대 유출해서는 안 되는 대외비 자료다.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사전에 작성된 스펙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중요 시점에 변경이 되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영업, 생산 부서, 마케팅 부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담당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스펙’이다.국어사전에서 스펙이란 단어를 검색해봤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란 정의가 가장 첫 줄에 나온다. 고스펙, 외모스펙, 스펙푸어, 저질스펙 등이란 파생어들이 등장하며 외국에는 스펙이란 말이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있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에서 사용되는 스펙이란 단어의 의미는 ‘specification’ 보단 ‘qualification’에 가까울 듯하다. 어떤 일과 활동에 필요한 경험과 기술 등의 자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구인공고들은 ‘컴퓨터공학전공자 0명’ 식으로 필요한 전공과 인원만 공고하는 곳들이 많다. 글로벌 업체들이 인력을 구할 때 요구하는 지원자들의 경험, 능력, 경력 등 구체적 요구사항을 담은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는 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은 취준생들은 그저 확인되지 않은 소문 혹은 취업카페 등에서 원하는 기업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의 ‘스펙’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한다. 마치 조금도 어긋남이 없어야 하는 공학과 엔지니어링 부품과 재료과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철 지나고 정형화된 ‘스펙’에 가두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표준화된 똑같은 스펙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창의적이고 과거 보다 업그레이드된 인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실제로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신입사원채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76.6%는 스펙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일자리우리나라 인기직업들을 살펴보자.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한 시절에는 전차 운전사, 전화교환원, 라디오 조립원, 고무·가발·섬유 등 공장노동자가 인기 있었으며,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산업화 속도가 빨랐던 시절 사무직을 선호하는 엘리트들은 대개 은행으로 몰렸다. 대기업이 없던 시절 은행원은 당시 최고의 신랑감이었으며, 여성 공무원도 드물어 우체국, 경찰서 등의 전화교환원이 인기 신부감이었다. 1970년대에는 소비재 중심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을 위한 중화학공업이 중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이후 사회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대기업 직원이 선호직업 1위로 떠올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어린이와 젊은 층에 선망의 직업으로 떠올랐고 증권, 금융업이 성장하면서 펀드매니저, 외환딜러 등이 선호직종으로 부상하고 반도체, 컴퓨터, 광고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프로그래머, 벤처사업가 등이 각광을 받았고,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공무원,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과 함께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등장에 따라 데이터 분석가, 로봇과 인공지능 개발자, 생명공학, 에너지 전문가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경제사회 변화,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은 흥망성쇄를 반복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술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출현하고, 분화와 통합 과정을 거쳐 소멸하는 유기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 발전은 더 가속화되고 있고 그만큼 직업의 변화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직업을 고민하려면 기술 발전과 앞선 정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C세대에 대하여
인터넷을 시작한 나이로 세대를 구분해 보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 Z세대라고도 불리는 청년층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접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이들은 중년을 넘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인터넷과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한 60대 이후 ‘디지털 연착자(Retard)’, 대부분 학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디지털 세계에 진입한 중년층인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egrant)’와 차이가 크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보통 ‘C세대’라고도 부른다. C세대의 C는 단순히 연결(Connected) 만을 의미하지 않고, 소통(Communicating), 변화(Change), 콘텐츠 중심(Content-Centric), 커뮤니티 지향(Community-Oriented)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세대보다 자유로운 문화를 즐기며, 현실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 성향이 있다.
C세대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계속 접속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TV 보다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선호하며,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는 멀티태스커다. 생산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는 정보로 구성된 개인 클라우드(Personal Cloud)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통합자(Digital Integrator)로 불리며 스마트폰을 통해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기술과 일상을 통합하는 세대다. 기술, 음악, 영화, 패션, 음식, 엔터테인먼트, 소셜 트렌드,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것들의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의 표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목적은 업무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정보와 기술의 공유와 공급 속도를 주도하는 세대다.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을 갖춰야
빠른 기술 발전, 기대수명의 증가 등으로 하나의 직업으로는 더 이상 인생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다. 최근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이를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신기술로 촉발되는 경영환경 변화 동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현재 비즈니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새로운 성장을 추진하는 기업 활동으로 정의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쟁력 향상 혹은 새로운 분야, 원하는 분야로의 진입을 위해 빠른 지식과 경험 습득을 통한 개인의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Personal Transformation Ablity)’이 그 어느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빠른 변화와 글로벌 경쟁, 그리고 지식의 홍수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그 어느 세대보다 필요한 능력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는 분명히 증가한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은 경력자에겐 추가적인 학습을 통한 지식과 경험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중요성에 비해 휴먼웨어 배려와 발전에 관심이 적다. 기술이 급변하고 글로벌 시장 대상의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위한 학습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들은 개인 발전을 위한 배려에는 매우 인색하다. 사내 교육과 외부 대학 등을 이용한 교육도 일부 대기업 등에서만 실시할 여력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오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꿈꾸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양적인 부분엔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추진하는 부업과 겸직제도 허용을 통해 새로운 기술 기반 창업 촉진, 전직과 은퇴 후 제2 인생 준비, 특히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문인력 부족 해소 등을 위한 정책들과 같은 질적인 근로개혁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인 학습의지 OECD 국가 중 꼴찌, 고용 유연성 세계 139개 가운데 83위가 우리의 현실이다.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류 역사상 새로운 기술 발전에 의한 기술 실업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는 지배자가 되고, 효과적으로 소유하고 활용한 자는 승리자가 되며, 기술을 소유도 활용도 못 하는 자는 낙오자가 된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의 쓰나미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 정보뿐만 아니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정보를 빨리 찾고 전달하는 것이 경쟁력은 아니다. 특정 정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청취하고 이를 통해 정제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고, 때로는 공유할 수 있는 퍼스널 미디어가 필요하다. 이는 무엇보다 정보검색을 위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꾸준히 관심분야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블러그와 SNS 등 정보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스프레더블 미디어(Spreadable Media)의 활용도 중요하다. 자신이 얻은 지식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논의하는지, 정보가 사람과 인터넷을 타고 확산과 공유되는 과정에 참여해 관련 분야 전문가가 누군지도 알 수 있고 의견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연결, 확산, 공유, 그리고 동료들의 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검증 능력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폰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된 문서, 유투브의 동영상이 모두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반드시 관련 추가 자료를 비교·분석해 잘못된 정보인지 확인하고, 발표 자료나 문서에 작성할 때 참고문헌을 표시하는 습관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유용한 수단은 가장 생생한 정보를 얻고 눈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련 행사나 현장, 개발 등의 직접 참여, 그리고 탄탄한 전공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과 정보 능력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개인의 격차를 좌우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영역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담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스스로의 학습이 필요하다.
동일한 스펙을 가진 대량생산품으로 쏠리는 게 유망직업이라고 어디선가 소개되면 어김없이 관련학과 수능 경쟁력은 치솟는다. 문제는 그 많은, 판화같이 찍어낸 인력들을 소화할 시장과 기업들이 있을까? 그리고 정년이 사라진 시대에 해당 직업과 기술을 위한 스펙이 언제까지 필요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개인의 스펙 변경은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스펙은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이고, 디지털 네이티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닥치고 취업은 이제 그만!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의 입사 1년 내 퇴사율은 무려 27.7%로 계속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4명 가운데 1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고, 복리후생과 근무지 및 환경에 대한 불만이 그 뒤를 따랐다. 물론 아무래도 급여가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은 9.4%로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는 낮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기대하는 이유는 학생의 51.1%와 부모 46.7%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란 비율이 가장 높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개발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적성과 흥미를 무시하고 취업만을 위한 진로 선정은 대학 공부의 부실과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가 낮아져 적지 않은 재원과 젊음이 낭비되고 있다.
본인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로불일치한다는 응답 38.3%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학력별로 살펴보면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는 특성화고가 21.1%, 4년재 미만 대학(교)가 32.6%, 4년제 대학이 43.3%, 대학원졸이 71%다. 2014년 조사와 비교해보면 각각 18.7%, 35.0%, 43.0%, 76.7%로 특성화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공과 직업 일치도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왜곡된 스펙의 정의“스펙을 변경하라고? 양산 일정이 코앞인데 지금 스펙을 바꾸면 추가 개발비, 거기다 출시 일정 못 맞춰 발생한 손해는 누가 책임질건데?”
필자가 자동차 부품회사 엔지니어 시절, 완성차 업체 혹은 내부 문제로 스펙이 변경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짜증 섞인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원래 스펙이란 단어는 ‘specification’의 약자로, 웹스터 영어 사전에는 “수행할 작업이나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부품과 재료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 무엇을 해야할지 혹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상세한 지시사항”으로 정의되어 있다. 물론 디자인과 기능에도 스펙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공학과 엔지니어링 분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모든 조직들이 가장 먼저 협의하고 문서화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이자 절대 유출해서는 안 되는 대외비 자료다.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사전에 작성된 스펙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중요 시점에 변경이 되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영업, 생산 부서, 마케팅 부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담당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스펙’이다.국어사전에서 스펙이란 단어를 검색해봤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란 정의가 가장 첫 줄에 나온다. 고스펙, 외모스펙, 스펙푸어, 저질스펙 등이란 파생어들이 등장하며 외국에는 스펙이란 말이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있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에서 사용되는 스펙이란 단어의 의미는 ‘specification’ 보단 ‘qualification’에 가까울 듯하다. 어떤 일과 활동에 필요한 경험과 기술 등의 자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구인공고들은 ‘컴퓨터공학전공자 0명’ 식으로 필요한 전공과 인원만 공고하는 곳들이 많다. 글로벌 업체들이 인력을 구할 때 요구하는 지원자들의 경험, 능력, 경력 등 구체적 요구사항을 담은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는 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은 취준생들은 그저 확인되지 않은 소문 혹은 취업카페 등에서 원하는 기업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의 ‘스펙’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한다. 마치 조금도 어긋남이 없어야 하는 공학과 엔지니어링 부품과 재료과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철 지나고 정형화된 ‘스펙’에 가두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표준화된 똑같은 스펙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창의적이고 과거 보다 업그레이드된 인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실제로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신입사원채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76.6%는 스펙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일자리우리나라 인기직업들을 살펴보자.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한 시절에는 전차 운전사, 전화교환원, 라디오 조립원, 고무·가발·섬유 등 공장노동자가 인기 있었으며,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산업화 속도가 빨랐던 시절 사무직을 선호하는 엘리트들은 대개 은행으로 몰렸다. 대기업이 없던 시절 은행원은 당시 최고의 신랑감이었으며, 여성 공무원도 드물어 우체국, 경찰서 등의 전화교환원이 인기 신부감이었다. 1970년대에는 소비재 중심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을 위한 중화학공업이 중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이후 사회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대기업 직원이 선호직업 1위로 떠올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어린이와 젊은 층에 선망의 직업으로 떠올랐고 증권, 금융업이 성장하면서 펀드매니저, 외환딜러 등이 선호직종으로 부상하고 반도체, 컴퓨터, 광고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프로그래머, 벤처사업가 등이 각광을 받았고,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공무원,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과 함께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등장에 따라 데이터 분석가, 로봇과 인공지능 개발자, 생명공학, 에너지 전문가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듯 경제사회 변화,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은 흥망성쇄를 반복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술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출현하고, 분화와 통합 과정을 거쳐 소멸하는 유기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 발전은 더 가속화되고 있고 그만큼 직업의 변화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직업을 고민하려면 기술 발전과 앞선 정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C세대에 대하여
인터넷을 시작한 나이로 세대를 구분해 보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 Z세대라고도 불리는 청년층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접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이들은 중년을 넘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인터넷과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한 60대 이후 ‘디지털 연착자(Retard)’, 대부분 학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디지털 세계에 진입한 중년층인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egrant)’와 차이가 크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보통 ‘C세대’라고도 부른다. C세대의 C는 단순히 연결(Connected) 만을 의미하지 않고, 소통(Communicating), 변화(Change), 콘텐츠 중심(Content-Centric), 커뮤니티 지향(Community-Oriented)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세대보다 자유로운 문화를 즐기며, 현실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 성향이 있다.
C세대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계속 접속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TV 보다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선호하며,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는 멀티태스커다. 생산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는 정보로 구성된 개인 클라우드(Personal Cloud)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통합자(Digital Integrator)로 불리며 스마트폰을 통해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기술과 일상을 통합하는 세대다. 기술, 음악, 영화, 패션, 음식, 엔터테인먼트, 소셜 트렌드,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것들의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의 표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목적은 업무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정보와 기술의 공유와 공급 속도를 주도하는 세대다.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을 갖춰야
빠른 기술 발전, 기대수명의 증가 등으로 하나의 직업으로는 더 이상 인생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다. 최근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이를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신기술로 촉발되는 경영환경 변화 동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현재 비즈니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새로운 성장을 추진하는 기업 활동으로 정의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쟁력 향상 혹은 새로운 분야, 원하는 분야로의 진입을 위해 빠른 지식과 경험 습득을 통한 개인의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Personal Transformation Ablity)’이 그 어느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빠른 변화와 글로벌 경쟁, 그리고 지식의 홍수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그 어느 세대보다 필요한 능력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는 분명히 증가한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은 경력자에겐 추가적인 학습을 통한 지식과 경험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중요성에 비해 휴먼웨어 배려와 발전에 관심이 적다. 기술이 급변하고 글로벌 시장 대상의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위한 학습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들은 개인 발전을 위한 배려에는 매우 인색하다. 사내 교육과 외부 대학 등을 이용한 교육도 일부 대기업 등에서만 실시할 여력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오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꿈꾸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양적인 부분엔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추진하는 부업과 겸직제도 허용을 통해 새로운 기술 기반 창업 촉진, 전직과 은퇴 후 제2 인생 준비, 특히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문인력 부족 해소 등을 위한 정책들과 같은 질적인 근로개혁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인 학습의지 OECD 국가 중 꼴찌, 고용 유연성 세계 139개 가운데 83위가 우리의 현실이다.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류 역사상 새로운 기술 발전에 의한 기술 실업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는 지배자가 되고, 효과적으로 소유하고 활용한 자는 승리자가 되며, 기술을 소유도 활용도 못 하는 자는 낙오자가 된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의 쓰나미 시대에 살고 있다. 국내 정보뿐만 아니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정보를 빨리 찾고 전달하는 것이 경쟁력은 아니다. 특정 정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청취하고 이를 통해 정제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고, 때로는 공유할 수 있는 퍼스널 미디어가 필요하다. 이는 무엇보다 정보검색을 위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꾸준히 관심분야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블러그와 SNS 등 정보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스프레더블 미디어(Spreadable Media)의 활용도 중요하다. 자신이 얻은 지식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논의하는지, 정보가 사람과 인터넷을 타고 확산과 공유되는 과정에 참여해 관련 분야 전문가가 누군지도 알 수 있고 의견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연결, 확산, 공유, 그리고 동료들의 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검증 능력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폰트,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된 문서, 유투브의 동영상이 모두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반드시 관련 추가 자료를 비교·분석해 잘못된 정보인지 확인하고, 발표 자료나 문서에 작성할 때 참고문헌을 표시하는 습관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유용한 수단은 가장 생생한 정보를 얻고 눈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련 행사나 현장, 개발 등의 직접 참여, 그리고 탄탄한 전공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과 정보 능력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개인의 격차를 좌우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영역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담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스스로의 학습이 필요하다.
동일한 스펙을 가진 대량생산품으로 쏠리는 게 유망직업이라고 어디선가 소개되면 어김없이 관련학과 수능 경쟁력은 치솟는다. 문제는 그 많은, 판화같이 찍어낸 인력들을 소화할 시장과 기업들이 있을까? 그리고 정년이 사라진 시대에 해당 직업과 기술을 위한 스펙이 언제까지 필요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개인의 스펙 변경은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스펙은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 능력이고, 디지털 네이티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닥치고 취업은 이제 그만!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의 입사 1년 내 퇴사율은 무려 27.7%로 계속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4명 가운데 1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고, 복리후생과 근무지 및 환경에 대한 불만이 그 뒤를 따랐다. 물론 아무래도 급여가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은 9.4%로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는 낮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기대하는 이유는 학생의 51.1%와 부모 46.7%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란 비율이 가장 높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개발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적성과 흥미를 무시하고 취업만을 위한 진로 선정은 대학 공부의 부실과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가 낮아져 적지 않은 재원과 젊음이 낭비되고 있다.
본인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로불일치한다는 응답 38.3%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학력별로 살펴보면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는 특성화고가 21.1%, 4년재 미만 대학(교)가 32.6%, 4년제 대학이 43.3%, 대학원졸이 71%다. 2014년 조사와 비교해보면 각각 18.7%, 35.0%, 43.0%, 76.7%로 특성화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공과 직업 일치도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