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ICO, 활로 뚫을 STO…가상화폐 트렌드 바뀐다
입력
수정
작년 가상화폐 공개(ICO) 금지 후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 발표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향을 틀어 활로를 찾는 쪽이다. 증권형 토큰 발행(STO)에 주목하는 이유다.
◆ 정부 ICO 입장 발표 늦어질 듯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13일 취임 첫 기자단 간담회에서 암호화폐 대책에 관해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관련 규제 도입은 국제적 동향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ICO는 하면 안 되는데 불법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 해서 조사 중”이라고도 했다.
국조실은 암호화폐 정부 TF를 주재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당시 국조실장(경제부총리 내정자)이 “11월께 ICO 관련 정부 입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제주도에 처음 법인을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위블락 홍준 대표도 적자 상태를 버티면서 ‘11월 정부 ICO 입장 형성’ 방침에 기대를 건다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ICO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필수요소로 꼽힌다. 이미 벤처캐피털 못지않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신임 국조실장은 온도차를 나타냈다. 현행 ICO는 불법이며 정책 방향도 시간을 두고 마련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를 감안하면 연내 부처간 이견 조율을 거쳐 정부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STO 대안 될까…업계 관심사↑
업계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지난달 23~24일 열린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서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면 한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도 “지금이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도약할 적기(適期)”라고 강조했다.
설령 정부가 ICO 관련 입장을 내도 ‘전향적 변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ICO 투기나 투자자 피해를 경계해서다. 업계 변화는 여기에 착안했다. 암호화폐 성격이 명확하지 않고 현행법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게 걸림돌이라면, 이점부터 풀어나가자는 논리다. STO로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 증권형 토큰은 주식 성격을 지녀 증권거래법을 적용하기에 한결 용이하다.ICO로 발행하는 유틸리티 토큰은 특정 생태계에서 서비스나 제품의 사용권 성격을 갖는다. 기존 법령 적용이 쉽지 않아 규제 준수 의무도 덜하다. 반면 증권형 토큰은 의결권이 있고 배당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불법·합법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ICO보다 차라리 STO가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규제 근거 있고 해외사례 생겨STO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백서상 계획을 실현하지 못하면 실물가치가 사라진다. 이에 비해 증권형 토큰은 실물자산을 근거로 하고 규제도 준수해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실체가 있는 기존 기업의 리버스 ICO, 변동성을 줄인 스테이블 코인 등 그간의 ICO 보완 시도가 STO 형태로 집약되는 모양새다.
ICO가 아닌 STO 허용을 요구하면 정부가 지금처럼 전면금지로 묶어둘 명분도 약해진다. 규제 근거가 비교적 뚜렷하고 해외 사례도 있는 덕분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TO의 증권거래 인가를 내줬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계속 불허해온 SEC지만 증권형 토큰은 허용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활로가 열릴 수 있단 의미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STO 거래소 설립에 나선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셈. 최근 블록체인 거버넌스 컨센서스 위원회(BGCC)가 발표한 ‘ICO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에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선 자본시장법과 증권거래법을 준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배재광 BGCC 의장은 “리버스 ICO가 많은 한국은 증권형 토큰 발행 가능성이 높다. STO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정부 ICO 입장 발표 늦어질 듯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13일 취임 첫 기자단 간담회에서 암호화폐 대책에 관해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관련 규제 도입은 국제적 동향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ICO는 하면 안 되는데 불법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 해서 조사 중”이라고도 했다.
국조실은 암호화폐 정부 TF를 주재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당시 국조실장(경제부총리 내정자)이 “11월께 ICO 관련 정부 입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제주도에 처음 법인을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위블락 홍준 대표도 적자 상태를 버티면서 ‘11월 정부 ICO 입장 형성’ 방침에 기대를 건다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ICO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필수요소로 꼽힌다. 이미 벤처캐피털 못지않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신임 국조실장은 온도차를 나타냈다. 현행 ICO는 불법이며 정책 방향도 시간을 두고 마련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를 감안하면 연내 부처간 이견 조율을 거쳐 정부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STO 대안 될까…업계 관심사↑
업계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지난달 23~24일 열린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서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면 한국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 우태희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도 “지금이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도약할 적기(適期)”라고 강조했다.
설령 정부가 ICO 관련 입장을 내도 ‘전향적 변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ICO 투기나 투자자 피해를 경계해서다. 업계 변화는 여기에 착안했다. 암호화폐 성격이 명확하지 않고 현행법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게 걸림돌이라면, 이점부터 풀어나가자는 논리다. STO로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 증권형 토큰은 주식 성격을 지녀 증권거래법을 적용하기에 한결 용이하다.ICO로 발행하는 유틸리티 토큰은 특정 생태계에서 서비스나 제품의 사용권 성격을 갖는다. 기존 법령 적용이 쉽지 않아 규제 준수 의무도 덜하다. 반면 증권형 토큰은 의결권이 있고 배당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불법·합법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ICO보다 차라리 STO가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규제 근거 있고 해외사례 생겨STO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백서상 계획을 실현하지 못하면 실물가치가 사라진다. 이에 비해 증권형 토큰은 실물자산을 근거로 하고 규제도 준수해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실체가 있는 기존 기업의 리버스 ICO, 변동성을 줄인 스테이블 코인 등 그간의 ICO 보완 시도가 STO 형태로 집약되는 모양새다.
ICO가 아닌 STO 허용을 요구하면 정부가 지금처럼 전면금지로 묶어둘 명분도 약해진다. 규제 근거가 비교적 뚜렷하고 해외 사례도 있는 덕분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TO의 증권거래 인가를 내줬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계속 불허해온 SEC지만 증권형 토큰은 허용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활로가 열릴 수 있단 의미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STO 거래소 설립에 나선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셈. 최근 블록체인 거버넌스 컨센서스 위원회(BGCC)가 발표한 ‘ICO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에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선 자본시장법과 증권거래법을 준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배재광 BGCC 의장은 “리버스 ICO가 많은 한국은 증권형 토큰 발행 가능성이 높다. STO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