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는 앞뒤 안보고 뽑아…유통기업도 IT 인재 영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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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11~12월은 인사의 계절이다. 떠오르고 스러지는 ‘별’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다.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앞당겨 임원인사를 할 계획이다. 오랜 기간 기업에서 쌓은 퇴직 임원의 노하우를 사장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외 헤드헌팅사 임원 세 명에게 경력직 채용 시장의 트렌드와 성공하는 이직자의 특징 등을 알아봤다. 인터뷰에는 미국계 헤드헌팅기업 켈리서비스의 오문숙 전무, 영국계 헤드헌팅사 로버트월터스의 최준원 어소시에이트 디렉터(AD), 마이더스HR의 박선규 대표가 참석했다.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이직 시장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4차 산업혁명 인재' 귀한 몸
평판 좋은 경력자가 이직 잘돼
오문숙 켈리서비스 전무
삼성도 AI 인재 요청 많아
능력있는 한국인 영어가 '발목'
최준원 로버트월터스 AD
국내 기업은 학벌·외국社는 직무
3~4번 회사 옮긴 임원 더 선호
“15년 경력자라면 세 번 이상 옮기지 말 것”최근 임원급 경력직 시장도 ‘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자율주행,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의 인재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최 디렉터는 “특히 AI 분야 임금은 영어가 가능하고 글로벌 경험을 쌓은 박사급 인재라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소비재·유통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기술(IT)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옮겨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오 전무는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도 AI 인재 수요가 많아 해외에서 모셔와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임원급은 3~4번의 이직 경험자가 더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오 전무는 “한 기업에 오랫동안 있었던 임원은 다른 기업 문화에 대한 적응이나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어 글로벌기업들은 3~4번 회사를 옮긴 임원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계는 도전적인 성향의 실적형 임원, 유럽계는 튀지 않으면서 직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이직은 좋지 않다. 최 디렉터는 “15년 직장 경력자라면 세 번 이상 옮기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한창 일을 배우는 시기인 대리급은 이직하지 않는 것이 경력 관리에 좋다고 덧붙였다.
‘직무전문성·평판관리’ 이직 성공자 특징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찾는 인재는 달랐다. 국내 기업은 인재상에 적합하면서 출신 학교를 중시하는 데 비해 외국계는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최 디렉터는 “외국계 기업은 지원자가 지원 분야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만 본다”며 “이 때문에 지방대 출신 대표도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화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이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을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 전무는 “외국계 기업 임원 가운데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상명하달식 문화로 인해 입사 후 다시 외국계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영어능력 부족’은 이직 희망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오 전무는 “역량이 탁월해 적자회사를 흑자로 바꿀 정도로 뛰어난 인재도 영어 의사소통력이 부족해 최종 단계에서 탈락한 경우를 종종 봤다”고 했다. 미국·유럽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외국인이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직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경력자는 어떤 사람일까? 박 대표는 “이직시장에서 잘나가는 이들은 직무전문성을 갖춰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주위 평판도 좋은 사람”이라며 “이들은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오 전무는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 매년 자신의 실적과 업무 관련 이력서를 작성해 둔다면 갑작스러운 위기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직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해 이력서 관리는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 디렉터는 상사와의 투명한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사에게 자신의 커리어 목표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승진하고 싶은지를 말하는 사람은 결국 최고경영진이 되더군요. 뚜렷한 목표와 투명한 소통이 직장에서 성공을 가르는 요인입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