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표심 압박에 또 밀리는 카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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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철 정치부 기자 bjc@hankyung.com“택시 기사분들 입장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산하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와 택시업계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역삼동 전국택시연합회관. 민주당 의원들은 카카오 카풀 제도 도입에 대해 택시업계와 논의하겠다며 둘러앉았다.당초 카풀 도입과 관련, 택시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의원들 발언은 딴판이었다. “카풀업체에서 친한 사람을 통해 만나자는 요청이 왔는데 거절했다”(이태희 의원), “카풀업체가 제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전 찍혔다”(맹성규 의원)며 택시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이 잇따랐다.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의 의원만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여러 쟁점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정부와 청와대가 “공유경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속도를 내고 있으나 택시업계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체 27만 명에 달하는 택시업계 종사자와 가족을 포함해 100만 명에 이르는 ‘표심’을 의식, 총대를 메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는 “택시기사 일터를 빼앗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 제기되고, 찬성 의견만 한 달 새 21만 명을 넘어서는 등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거대 자본인 카카오가 골목상권까지 침해하고 있다.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는 택시업계 의견도 나왔다. 택시업계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인식해 주요 국가와 도시는 차량공유와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택시업계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합의점을 찾고 있다.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이미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영업하고 있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도심 지역에서 외국인의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풀 TF는 이번주 택시업계와의 간담회를 거쳐 다음주 카카오 등 카풀업체와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카풀 TF가 이제는 성과를 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