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종혁 "김정은 연내 방남, 수뇌들이 결정할 문제"

도착 당일 공항·호텔 철통경호
김성혜 불참에 대해선 "개인 사정"
15일 경제시찰이 핵심…판교 테크노밸리 방문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지사와 만찬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 5명이 14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남했다.

일행은 이날 중국 선양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이 부위원장과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 조정철 참사, 지원인력 2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경기도 측 초청으로 경기 고양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하러 왔다. 당초 통일전선부 실장이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최측근인 김성혜도 동행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불참했다.
이 부위원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남관계가 전환적 국면에 들어선 역사적인 시각에 남녘땅을 밟게 돼서 매우 기쁘다”며 “따뜻하게 맞이해준 남측, 아태평화교류협회 관계자, 경기도, 고양시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남을 기대해도 좋은가’란 질문에 “두 수뇌분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교황 방문과 관련해 염수정 추기경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엔 “교황 방문과 난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선 “아직 토론도 못해 일정을 잘 모르고 있다. 토론을 해 봐야 겠다”고 말했다.

아태위 실장 직책 명의로 방남하기로 한 김성혜의 갑작스러운 불참에 대해선 “개인적 사정으로 못 오게 됐다”고 전했다. 김성혜는 이날 이 부위원장 일행의 도착 전 경기도 측에 “북측의 사정으로 오지 못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공항에선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나와 이 부위원장에게 출국 게이트 앞에서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날 인천공항 및 이 부위원장 일행의 숙소인 고양 엠블호텔엔 경찰 수십 명과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철통같이 경호했다. 고양 엠블호텔에선 엘리베이터 1대를 ‘전용’이라 표시하고 한때 통제했다. 호텔 앞에선 태극기 부대 소속 시위대가 한때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이 부위원장은 15일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개발 현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판교 자율주행모터쇼’를 맞이해 자율주행차(제로셔틀) 탑승도 고려되고 있다. 오후엔 경기도농업기술원(화성)에서 스마트팜 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오찬 또는 만찬도 15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본행사에 참석한다. 이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도 강연자로 나선다.

경기도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일정도 계속 변경되고 있다”며 “북측에서 우리 측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를 처음 방문한 만큼 행사들이 원만히 치러져 역사의 장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양=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