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감이 없다고요?…홀컵 직접 보고 퍼팅 연습하면 느낌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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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3피트(약 1m)짜리 파퍼트는 정말 하고 싶지 않다.”
(18) 퍼팅 거리감 확 살려주는 '보고 하는 퍼팅'
고개만 돌려서 홀 바라보고 어드레스 자세는 그대로 유지
척추각 틀어지면 感 흐트러져
시각→스트로크로 '감각 전환'…모든 신경을 거리감에 집중
스트로크 크기 따른 거리감이 얼마나 비례하는 지 체감해야
실전에서도 사용한 소렌스탐
'꿈의 59타' 대기록 세우기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을 올린 치치 로드리게스(푸에르토리코)라는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퍼팅이 뭐라고 죽음에까지 비유할까 싶지만, 그만큼 퍼팅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퍼팅은 쉬워 보입니다. 눈에 다 보이는 홀이고, 툭 쳐 굴려 넣으면 들어가지는 않아도 가까이는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이상하네~’란 혼잣말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상하게’ 연습이 잘 내키지 않는 것도 퍼팅입니다.불필요한 시각정보를 없애보자
퍼팅은 프로들에게도 은퇴하는 날까지 숙제입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비중이 가장 큰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얼마 전 PGA 투어에서 노장인 루카스 글로버(미국)가 1m도 안 되는 퍼팅을 하면서 스트로크가 중간쯤까지 잘 내려오다 도중에 크게 흔들리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퍼팅 스트로크가 도중에 흔들리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우승 경쟁이라는 심리적 부담이 만들어낸 순간적 입스(yips)가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정말 그때의 심정은 프로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갑자기 온몸이 석고상처럼 굳어지는 듯한….
사실 1m 퍼팅은 상위권 프로라면 100% 가까이 성공시키는 퍼트입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더 충격을 주는 겁니다. 샷을 정교하게 다듬어 40~50㎝의 ‘탭인’ 거리에 공을 붙이지 않는 한 길든 짧든 모든 퍼팅은 부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퍼팅감이 좋으면 샷도 과감하고 좀 더 편안하게 되는데, 퍼팅감이 떨어진 날에는 샷을 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가까이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샷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죠.그런 날이면 라운드가 끝난 뒤 꼭 하던 연습이 있었습니다. ‘보고 하는 퍼팅’입니다. 마치 체력이 떨어지면 영양보충을 하듯, 그렇게 하면 다음날 거리감과 퍼팅감이 확 살아나곤 했습니다.
짐작했겠지만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셋업과 어드레스는 평소와 똑같이 합니다. 퍼터 헤드를 공 오른쪽에 가져다 대고 양발을 평소처럼 벌려 스트로크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런 다음 고개를 옆으로 돌려 홀을 봅니다(사진 (1)). 마지막이 그대로 홀(또는 핀)을 본 상태로 스트로크를 하는 겁니다(사진 (2)). 어드레스를 하기 전 홀을 보면서 1~3번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어드레스로 들어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보고 하는 퍼팅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고개를 돌릴 때 그대로 고개만 돌려서 홀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어깨를 움직이거나, 몸통이 홀쪽으로 돌아가거나 해선 안됩니다. 척추 각도가 비틀어지면 거리 감각이 흐트러지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모든 신경을 거리감에 집중하는 겁니다. 시각적 거리감을 스트로크 거리감으로 바꾸는 중요한 ‘감각전환’ 훈련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시간이 좀 더 있고 연습할 공간이 꽤 넓으면 360도 돌아가면서 하면 경사면에서의 거리감도 익힐 수 있으니 더 입체적인 연습이라 하겠습니다.단순, 믿음 그리고 연습
이 연습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저도 늘 하면서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통산 72승을 기록한 ‘여자 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수시로 이 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도 했습니다. 2001년 그가 여자로는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꿈의 59타’를 기록했을 때도 이렇게 퍼팅을 했습니다. 물론 늘 이런 식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요.
보고 하는 퍼팅을 하면 ‘헤드업’을 할 일도 없어지죠. 오롯이 스트로크 크기와 그에 따른 거리감이 얼마나 비례하는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퍼팅의 적인 스트로크를 급가속시키거나, 급감속하는 일도 없으니 물 흐르는 듯한 퍼팅 스트로크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사실 보고 하는 퍼팅은 많이 알고 있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조던 스피스(미국)가 짧은 퍼팅을 보고 하면서 관심을 얻기도 했고요. 한 손으로 하는 퍼팅을 즐겨 연습하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보고 하는 퍼팅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과 골프장에 라운드하러 가보면 한 번도 이런 연습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그린에 일찍 나와 퍼팅 연습을 하는 이들도 드물었죠. 머릿속의 이론은 타수를 줄여주지 못합니다. 타수를 줄이는 길,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
장소협찬 : 포천힐스컨트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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