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성패, CEO 리더십과 변화 수용 조직문화에 달렸다"

한경·메타넷·액센츄어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데이비드 소비 액센츄어 하이테크부문 대표

기업 내부서 전문가 양성해 임직원에 변화 필요성 설득해야
액센츄어는 디지털化로 아낀 비용 M&A 등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
한국에는 '얼리어답터' 많은 만큼 다른나라보다 디지털전환 쉬울 것
15일 열린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에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1100여 명이 참석해 디지털 혁신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앞줄 왼쪽부터 박주석 빅데이터협회장, 알렉스 안드레나치 액센츄어 SAP비즈니스 대표, 형원준 두산그룹 사장,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변봉덕 코맥스 회장, 미치 킴 호주 액센츄어 대표, 최영상 메타넷 회장, 파비오 바시르카 액센츄어 제조생산부문 대표, 조성식 메타넷 부회장, 조승용 AT커니 대표, 조상욱 메타넷글로벌 사장. 둘째줄 왼쪽부터 이원주 AT커니 대표, 줄리안 헤르첼 액센츄어 글로벌 삼성 담당 리더, 모하메드 시라유딘 액센츄어 디지털커머스 대표,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 김용원 GS리테일 대표, 조청명 포스코플랜텍 사장, 이학성 LS그룹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천정철 세아홀딩스 대표,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변우석 코맥스 사장, 김영호 메타넷글로벌 부사장. 셋째줄 왼쪽부터 알렉스 슈미트 액센츄어 글로벌자동차산업 대표, 최기영 한국어도비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사장), 김철수 KT 부사장, 백상엽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사장), 이태하 대우정보시스템 사장, 조영빈 다쏘시스템 지사장, 신인수 메타넷 사장, 김진태 AK플라자 대표, 송용진 두산중공업 부사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재의 주력 사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건 ‘디지털 전환’ 작업의 1단계일 뿐입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새로운 디지털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 구조를 바꿔나가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 작업이 완성됩니다.”

데이비드 소비 액센츄어 글로벌하이테크사업부문 대표(사진)는 15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에서 “업종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만 있을 뿐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액센츄어에서 반도체, 컴퓨터, 산업기술 등을 컨설팅해온 하이테크 전문가다.디지털에서 ‘금맥’ 캔 액센츄어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액센츄어를 들었다. 세계 최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액센츄어는 2012년께 대대적인 사업 전환에 나섰다. 기존 사업인 SI에 디지털을 입혀 절감한 비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 보안, 블록체인 솔루션 등 신사업에 투자했다.

액센츄어는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전체 인력의 7.8%에 해당하는 3만5000명가량을 감축했다. 이렇게 기존 사업에 ‘디지털 리모델링’을 해 2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이 돈을 신사업을 일으키는 데 썼다. 부족한 역량은 100여 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메웠다.액센츄어의 신사업은 날아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액센츄어의 디지털 서비스를 찾는 기업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소비 대표는 “액센츄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0%에서 올 들어 60%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시점에 한 디지털 변환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기업은 액센츄어만이 아니다. 182년 역사의 프랑스 에너지 관리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009년 ‘전공’인 산업용 부품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관리업체로 간판을 바꾼 뒤 최고의 정보기술(IT)업체로 거듭났다.“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워라”

소비 대표는 각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각 기업 문화에 맞는 세밀한 전환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99%가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행동에 나선 기업은 2%에 불과했다”며 “디지털 전환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로 변화에 대한 임직원의 저항을 꼽았다. 누구나 익숙해진 것을 바꾸는 걸 꺼리는 만큼 임직원에게 ‘바꿔야 하는 이유’와 ‘바뀐 뒤의 모습’을 설명한 뒤 함께 나아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그는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임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CEO의 리더십과 임직원의 변화 수용 정도에 달려 있다”며 “실리콘밸리처럼 ‘빨리 실패하고 빨리 배운다’는 관행을 정착시켜 변화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전통기업의 디지털 전환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전문가를 내부에서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디지털 마인드가 회사 구석구석에 박히기 때문이다. 소비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외부의 기술 전문가를 몇 명 영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대다수 임직원이 변화에 동의할 때 디지털 전환의 동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는 ‘얼리어답터’가 많은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