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직격탄' 날린 10년차 검색 '덕후'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CEO
입력
수정
지면B3
Global CEO & Issue focus“구글은 당신들을 추적하지만 우리는 아니다(Google tracks you. We don’t).”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창업가 겸 CEO
MIT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한 수재…"어떠한 개인정보도 수집하지 않는다"
겉보기는 구글과 차이 없는데…
사용자의 검색 키워드 외에는 IP 추적 안해 정보 유출 걱정 없어
오로지 검색에만 집중하기 위해 한 페이지에 1개의 광고만 싣고
사용자가 결과 만드는 '오픈소스' 도입
창업 10년차에 급성장
지난달 하루 검색 3000만건 돌파…덕덕고 트래픽 600% 성장
"사용자 늘면 구글 그리워 안할 것"
2002년 인맥 커뮤니티 만들어 1000만弗에 매각 경험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덕덕고(DuckDuckGo)’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덕덕고는 이 업체가 만든 검색 엔진이기도 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이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논란을 겪을 때 검색 기록을 포함해 사용자의 어떤 개인 정보도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다.덕덕고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가브리엘 와인버그는 “검색엔진이 사용자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헛소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것보다도 똑똑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용자 정보 없어도 키워드로 광고‘덕덕고’란 이름은 한국의 ‘수건돌리기’와 비슷한 미국 어린이들의 놀이인 ‘덕덕구스(duck duck goose)’에서 따왔다. 덕덕고에 들어가 보면 겉보기에는 구글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글과 달리 사용자의 브라우저와 검색 기록, 디바이스 타입, IP 주소 등을 추적하지 않는다.
대다수 검색엔진이 더 좋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검색 서비스에만 쓰이지 않고 광고와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사용자에게 항공권과 숙박시설 등 관련 광고를 많이 보여주는 식이다. 가급적 빨리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선 유용하기도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덕덕고도 광고를 내보낸다. 하지만 사용자 정보가 아니라 검색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글 등과는 다르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여행’을 검색해야 여행 관련 광고가 따라붙는 식이다. 키워드 기반이라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 외엔 개인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 이 검색 키워드 광고가 덕덕고의 수익 모델이다. 덕덕고는 한 페이지에 1개의 광고만 보여준다.와인버그 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거대한 광고 네트워크에 더해 이메일(지메일)과 포토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만 우리는 오직 검색에만 집중한다”며 덕덕고에 사용자 정보 추적이 필요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보안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검색 품질이 떨어진다면 검색엔진으로서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덕덕고는 검색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검색 결과를 사용자 커뮤니티가 직접 만들도록 하는 ‘오픈소스’ 형식으로 운영된다.
와인버그 CEO가 이런 방식을 생각하게 된 건 자신의 경험 덕분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전문적인 사이트에 주로 들어간다”는 그는 “영화 정보를 얻을 땐 IMDB에, 역사를 알고 싶을 땐 위키피디아에 가는 식으로 이렇게 좋은 웹사이트에서 직접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엔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덕덕고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좋은 정보원을 알려주면 이를 검색 결과의 제일 상위에 보여준다.일일 검색 3000만 건 돌파
‘구글의 경쟁자’로 불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해로 창업 10주년을 맞은 덕덕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달엔 하루 직접 검색 건수가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올해 1월만 해도 평균 1600만 건 수준이었지만 10개월 새 두 배가 늘었다. 1000만 건을 돌파하는 데 7년이 걸렸고, 이후 2000만 건 돌파에는 2년, 3000만 건까지는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걸렸다. 올해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해킹 사건이나 구글의 위치 정보 기록 등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뒤 사용자들이 자신이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는지 알게 된 영향이 컸다.
와인버그 CEO는 2008년 2월 덕덕고를 창업해 그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 10월부터 그는 집에서 혼자 덕덕고 개발에 몰두했다. 와인버그 CEO는 MIT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한 수재다. 물리학과 기술정책을 공부하다가 남은 1년치 등록금에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여러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실패로 끝났지만 2002년 지금의 페이스북과 비슷한 폐쇄형 인맥 커뮤니티 서비스인 오포박스를 만들어 2006년 클래스메이츠에 1000만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애플 기기 검색 서비스로 급성장
덕덕고는 맥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스마트 기기의 검색엔진으로 추가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계기를 잡았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의 양대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다. 구글 검색엔진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애플은 기존 야후와 빙 검색엔진에 더해 2014년 덕덕고를 자사 기기의 검색엔진으로 추가했다.이후 2년 사이 덕덕고의 트래픽은 약 600% 성장했다. 덕덕고 모바일 트래픽의 대부분은 애플의 스마트 기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OS 점유율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압도적이지만 수익에서는 가격과 마진율이 높은 iOS가 앞선다. 와인버그 CEO는 “더 많은 사용자가 덕덕고를 쓰면서도 구글을 그리워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