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급한 현대차, 美 싼타페 재고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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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 미국서 ‘신차 효과’ 주춤미국 시장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또다시 ‘재고 소진’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싼타페를 내놨지만 남은 구형이 발목을 붙들고 있다.
현지 판매 회복 늦춰지나
현대차 “구형 재고 2000여 대 연내 소진”
신차 효과 늦어질 가능성
재고를 모두 털어내는 올 연말까지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10월 미국 시장에서 55만4726대(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포함)를 팔았다. 전년 동기(56만4750대)와 비교하면 1.7% 감소한 수준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지난 7월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싼타페가 예상밖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신형 싼타페는 출시 첫 달 1416대 팔렸다. 지난 8, 9월엔 각각 6031대, 615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차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 지난달의 경우 5300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출시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형 싼타페의 부진에 미국 재고는 지난 9월 2.8개월치로 줄어든 뒤 지난달 다시 3.1개월 수준까지 상승했다.
회사 측은 “구형 싼타페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판매 간섭이 있었다”며 “연내 남아 있는 2000여 대를 먼저 소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커튼에어백 결함이 발견돼 리콜(결함 시정)을 결정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신형 싼타페는 그동안 미국 시장 부진을 타개할 ‘성공 열쇠’ 역할을 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현대차가 지난 6월 글로벌 사업조직을 개편해 권역본부 체제로 전환한 뒤 선보인 첫 번째 신차다. 전 세계적인 SUV 열풍 속에 라인업 공백을 메우고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차급으로 꼽힌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의 유일한 실적 개선 모멘텀(동력)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다만 월별 추이를 보면 신차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못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4분기 실적 개선의 궁극적 개선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몇 년 사이 SUV 경쟁에서 한발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상대적으로 SUV 비중이 낮아 미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지 SUV 비중은 올 1~9월 기준 44.0%로 시장 평균인 44.5%보다 낮다.회사 측은 신형 싼타페 차량 잔존가치와 인센티브(판매 장려금)를 사전에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SUV 모델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미국 시장에 A세그먼트 SUV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2021년 투싼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년 안에 미국 시장에서 SUV 모델 판매 비중을 60%까지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