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또 여혐? "남자 4명이 뼈가 보일 정도 여성 폭행"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또 다시 '여혐' 범죄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오전 4시께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 4명에게 여자 2명이 맞았다"고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남성 3명, 여성 2명을 포함한 총 5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아직 정식 진술을 받지 않았지만, 폭행 상황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혐오/사진=연합뉴스
남성 측에서는 "여성들이 주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달라' 수차례 요청했고,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것. 또한 일방 폭행이 아닌 자신들도 상처가 나고 옷이 찢어졌으며, 휴대전화로 자신들을 촬영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남성 일행과 함께 있었다던 한 여성 역시 온라인커뮤니티에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 2명이 먼저 '한남커플'이라며 시비를 걸었다"며 "여성 일행이 '너 같은 흉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한남 만나서 뭐하노'라는 조롱을 이어갔고, 좋지 않은 일에 끼어봤자 피해만 볼까 봐 밖으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수역 폭행사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여성들은 "무자비한 폭행"이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남성들이 짧은 헤어스타일의 자신을 보고 '말로만 듣던 메갈X을 실제로 본다'며 폭행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폭행 피해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강한 여자들도 별거 아니라는 (남성의) 우월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여혐' 범죄 논란은 2016년 서울 최대 번화가인 강남역 유흥가 한복판 공중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 당하면서 촉발됐다. "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했다"는 진술 내용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일으킨 것.

이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misogyny·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대상화·차별하는 모든 언어·행동)가 화두가 됐고, 미투 운동, 리벤지 포르노 처벌 등으로까지 번졌다.

올해 초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이윤택 등에 대해선 실형이 선고됐다. 또 미투를 통해 성폭력 범죄는 물론 외모 평가처럼 사소해 보이는 여성차별 발언도 잘못된 여성혐오라는 사실을 남녀 모두 인식하게 됐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미투, 워마드등의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구하라가 전 남자친구 최종범에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결별 후 '몰카', '동영상' 등으로 협박, 유포하는 행위인 리벤지 포르노에 엄벌을 처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됐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불편함을 지적하면 공격 대상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 역시 남성들이 여성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여혐'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메갈', '여혐' 논란으로 사건이 번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4일 게제된 '이수역 폭행 사건' 청원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력팀이 신속하게 수사 중"이라며 "CCTV도 확보해 분석 중이고, 오늘(15일)부터 당사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