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신직업리포트] 일본 신직업 동향 -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불러 온 신직업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 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인주의, 고독사, 과로사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현대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정서적 유대와 공감, 건강, 취향 등과 관련된 신직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인과 유족의 마음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유품은 물론 서류 정리까지

일본 내 유품 정리 관련 사업자 1만개

유품 정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을 달래며 고인과의 추억을 되살리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중요한 절차로, 당연히 유족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유품을 정리·처분하는 유품정리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내각부가 발표한 <2017년 고령사회백서>에 의하면, 1980년 전체 가구 중 절반을 차지했던 3세대 가구가 2015년 약 12%의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자식과 동거하는 65세 이상 노인 수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혼자 사는 노인 수는 크게 늘고 있는데, 1980년 전체 노인인구 대비 약 15%에 불과했으나2035년에는 약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같은 핵가족화의 급격한 확산으로 노인 단독 가구나 노인 부부 가구가 증가해, 예전에는 유족들이 행해 왔던 유품 정리를 자력으로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사회에서는 부모가 아닌 친족의 유품 정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유품 정리업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탄생하게 했다. 현재 유품 정리 관련 사업자는 일본 내 1만 개 이상 존재하고, 많은 곳은 매월 100건에 가까운 의뢰를 수주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유품정리 서비스 내용은 여러 방면에 걸쳐있다. 고인의 유품이나 추억이 담긴 물품, 의류, 가구, 가전제품 등은 남길 것과 처분할 것으로 정리해, 불필요한 것은 처분하거나 리사이클 시장으로 보낸다. 보험증서나 부동산등기부등본과 같은 주요 서류를 찾아내고 추억이 담긴 물품이나 귀중품은 유족에게 건넨다.지난 7월, NHK의 <프로페셔널~직업의 유의(流儀)>에 소개된 유품정리사 요코오 마사토미(横尾将臣)는 유품 정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마음의 정리를 돕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유족들은) 대단히 어렵고 괴로운 마음으로 유품 정리를 결심한다. 그런 어려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 정신적인 부분의 경감이랄까, 그런 부분을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품정리사는 한 개인의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직업인만큼 정성스럽게, 그리고 슬픔에 잠겨 있는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 더욱이, 고독사나 자살 등의 형태로 죽음을 맞은 고인과 유족과의 복잡한 관계에 직면할 때도 있는 만큼 세심한 배려와 마음씀씀이가 필요한 직업인 것이다.

유망 신직업으로 전문적 지식 필요

하지만, 유품정리사에 대한 공식 자격증이나 법정비가 없고, 업계 진입장벽 또한 낮다 보니 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다종다양한 사업자의 신규잠입으로 과도한 청구금액이나, 귀중품 도난, 회수물품 불법투기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 국민생활센터에 의하면 유품관리 서비스에 대한 상담건수는 2013년에 73건이었던 것이 2016년 114건, 2017년에는 105건으로 세자리 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문의된 상담건수는 31건으로 작년과 동일한 시기에 비해 2배나 많은 수치라고 한다.이에 유품정리 의뢰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보도가 증가하고 있고, 후생노동성이 이용안내서를 제작하거나 총무성이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사단법인 유품정리사인정협회는 폐기물 및 재활용 물품의 취급에 대한 법규제, 유품 정리를 둘러싼 사회문제 등에 대한교육을 실시하고, 인정시험을 통해 ‘유품정리사’라는 자격증을 발부하고 있다. 이는 유품정리사업을 개업하기 위한 필수 자격은 아니지만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유품정리사는 유품 정리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걱정과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향후20년은 수익이 증가될 것이 명확해 유망업종이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가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린오피스로 생산성 향상 제안하는 식물공간 디자이너

식물 전문가와 공간 디자이너의 융합

설계 초반부터 자연과의 조화 기획

최근 건축 분야에서 식물을 비롯한 자연을 공간디자인에 적용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식물전문가와 공간디자이너가 융합된 ‘식물공간디자이너’가 새로운 직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자연과 단절된 도시에서 복잡하고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심리적 위안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주식회사 플래넷(プラネット, PLANET)의 뉴스레터 제 57호에 소개된 ‘꽃과 식물이 있는 생활에 관한 의식조사’(2017)에 따르면, 자택에 꽃이나 식물을 배치하는 이유로, “릴렉스하고 싶다, 힐링받고 싶다”“마음 풍족한 생활을 하고 싶다” 등 심리적인 요소가 상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아 충당가능한 직원들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행하거나 기업들도 건강경영을 추진하면서 업무환경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식물 등의 자연이 업무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은 도요하시기술과학대학대학원 공학연구과의 마츠모토 히로시(松本博) 명예교수 등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났는데, 녹시율(시야를 점하는 식물의 비율)이 10~15%일 경우, 인간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퍼포먼스가 최대로 향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녹시율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지표로 근무 공간에 식물을 전략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직원들의 멘탈헬스개선을 지향하는 '파커스(parkERs)'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파커스팀은 지난 7월 니혼케이자이신문에 Green 신직업인 식물공간디자이너팀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식물전문가와 공간디자이너가 협력하여 식물을 이용한 오피스나 점포를 설계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인 자연으로의 회기가 곧 가능성

건축에 식물을 사용한 디자인은 예전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식물 전문가가 설계에 참가하는 것은 건축 설계가 대부분 완료된 이후로, 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한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커스팀은 설계 초반 즉, 건물의 사용 방법이나 전체적인 콘셉트를 결정하기 이전 단계부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물공간 디자이너로서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식물을 대담하게 살린 디자인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이론이 바탕이 된 전문적인 디자인 설계로 세계 기업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며 업무공간 디자인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파커스의 브랜드매니저 우메자와 신야(梅澤伸也)씨는 “식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팀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향후 팔로워들도 나타날 것”이라며 “자연으로 되돌아가려는 물결은 세계적으로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이 진화하면 할수록 공간은 자연으로 되어갈 것이 분명하다”고 식물공간디자이너의 가능성을 논했다.

식물공간디자이너의 업무 공간 기획은 자연과 연결되는 감성적 가치를 살리면서 ‘일하는 방식 혁명’을 지향하는 일본 사회의 과제 해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SBA신직업

장례 복지사 | 장례 일정과 절차, 고인의 유산과 유품정리 등 장례 전반과 이후에 걸쳐 유족들을 제일선에서 도와주는 직업.

웰다잉 코디네이터 | 죽음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가정 에코컨설턴트 | 에너지 낭비 요소를 파악해 에너지 절감방법을 알려주고, 해로운 화학제품 요소를 파악해 실내 공기정화 방법을 시하는 역할을 한다.

글= 김민지(나고야대학 대학원 국제언어문화연구과 박사)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