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진통…밥그릇 걷어차는 노동계

광주시-현대차 협상 시한 18일로 연장
노동계 참여로 '양질의 일자리' 취지 퇴색
사진=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가 삐걱대면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렵겠지요."

16일 기자와 통화한 국내 산업계 임원은 "노동계 주장만 얘기하면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초임 연봉 3500만원의 광주 완성차 공장 건립 사업이 지역 노동계 간섭으로 당초 의도와 다르게 퇴색된 탓이다.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은 양측이 오는 18일까지 실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자칫 무산될 기로에 놓였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원안을 변경하면서 현대차가 일자리 협약 사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와 마련한 투자협약서를 토대로 현대차와 협의 중이다. 다만 적정 임금과 근로시간 등 쟁점 사안에 이견 차가 여전하다.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는 '주 44시간, 연봉 3500만원' 원안대로 협약하자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 협상단은 주 40시간 근무 시 3500만원에 특근비 지급 등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임금 수준도 '초임 연봉이냐, 평균 연봉이냐'를 놓고 시각 차이가 크다.

현대차 입장에선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빠진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매년 임금 협상을 한다면 광주형 일자리가 결국 울산공장 수준 임금에 맞춰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민주노총 산하의 현대·기아차 노조가 총파업을 거론하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 또한 현대차가 선뜻 협상에 나서기가 부담스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의 제조부문에서 현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자동차"라며 "결국은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 가격은 일본 미국 독일보다 낮으면서 임금은 더 받는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무산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더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지어진 한국GM 군산공장 이후 지난 20년간 해외에서만 완성차 공장이 설립됐다. 국내 완성차 공장이 그간 세워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가뜩이나 대졸 취업자들의 취업이 어려운 시기 연봉 3500만원 일자리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에 있는 다른 완성차 생산공장(기아차 광주공장)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노동계의 지나친 욕심이다.

현대차는 동남아, 동유럽 등 저가 임금으로 공장을 세울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있다. 다른 국가에 설립할 수 있는 것을 한국에 짓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나라와의 노동 경쟁력을 비교해야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한 대학 교수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은 훨씬 더 저임금 매력이 있다"면서 "현대차에게 광주형 일자리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나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리스크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판매 하락에 중국 공장은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해외 공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불리한 조건으로 굳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광주형 일자리'가 만일 무산된다면 아쉬운 쪽은 현대차가 아닌 노동계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