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이제 시작, 성공사례 따지는 것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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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학회 학술대회서 정부 관계자 발언“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면 블록체인을 어디에 쓰느냐, 성공사례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판검사가 될 수 있느냐, 육상선수가 될 수 있느냐고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질문입니다.”
"해외와 기술차이 적어…국제표준 확보 노력해야"
정부 관계자가 현재 블록체인에서 구글, 아마존과 같은 성공사례를 찾는 것은 우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블록체인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다.김종현 과학기술정통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블록체인 융합PM은 “국내에는 아직도 ‘비트코인=블록체인’이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 블록체인 논쟁도 분산 원장, 합의 기술, 전자지갑 등의 표면적 주제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인식 수준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방향을 설계한 그는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이라며 “비트코인이 등장한지 10년이 됐지만 블록체인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록체인을 언급하면 항상 성공사례를 묻는 질문이 나온다.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판검사가 될 수 있는지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이며, 성공사례로 꼽힐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함께 강연에 나선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도 “html 프로토콜도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매우 불안정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프로토콜이 됐다”며 “블록체인도 등장한 지 10년 밖에 안됐기에 아직 기술적인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야 할 시기”라고 보탰다.그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한중일 국제특송 물량 처리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병원과 보험사를 연계해 병원 진료 기록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접목한 본인인증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다.
강 본부장은 “해커톤을 통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에 블록체인 정신을 접목하는 실험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한 뒤 많은 경험을 쌓아야 우리 사회가 블록체인 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다양한 모델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공유해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도전을 통해 경험을 쌓고 발전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김 PM은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이 해외보다 뒤쳐진다고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편 블록체인학회는 이날 ‘블록체인 분석평가기준 2.0’을 공개했다. 학회의 블록체인 분석평가기준은 △토큰구조 △비즈니스모델 △조직 △기술 4개 범주에서 각각 2~3개 영역씩 총 46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하태형 블록체인학회 블록체인분석평가위원장은 "이전 분석평가기준에서 빠졌던 기술 평가가 추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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