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 뺨치는 비례대표들의 '예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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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i-Fi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소위 회의장. 바른미래당 청년 비례대표 출신인 김수민 의원이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논쟁을 벌이다 눈물을 보이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박경미·강효상·김수민 등 출마지역 '예산 따내기' 총력전
김재원 의원이 56억원에 달하는 청주시 미술품 수장보존센터 예산을 상의 없이 삭감했기 때문이다. 김수민 의원은 나중에 김재원 의원을 찾아가 사과하고 증액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울고불고 싸우면서도 기어코 청주의 주요사업 예산을 증액시켰습니다”고 밝혔다. 김수민 의원은 바른미래당 청주 지역위원장 후보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본격적인 예산정국이 시작되면서 비례대표 의원까지 지역구 예산 확보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과 달리 특정 지역의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2020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들은 벌써부터 지역 예산을 챙기며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경미·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효상 한국당 의원 등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 예산 보도자료까지 내며 지역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서초을 지역위원장인 박 의원은 지난달 말 “방배배수지 체육공원 축구장 확장공사 사업비로 서울시 예산 20억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일찌감치 경남 사천·남해·하동 출마를 선언한 제 의원도 “사천과 하동지역에 교육특별교부금 12억1000만원이 확정됐다”고 알렸다. 강 의원은 지난 12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낙동강 통합물관리 용역 및 무방류시스템 기술용역 예산 40억원을 신규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비례대표제는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살려 입법 활동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를 맡으면서 ‘염불보다 잿밥’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대 국회 때는 여야 비례대표 의원 52명 중 49명이 다음 총선 지역구에 도전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비례대표의 지역구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