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폐패널 부담금' 놓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

'생산자 부과' 방침에 업계 반발
환경부 "시기 조정" 한발 물러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
쏟아지는 폐패널 처리에 '곤혹'
태양광업계가 2021년부터 태양광 패널 폐기분에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에 크게 반발하자 환경부가 한발 물러났다. 시행 시기, 기준 비용 등을 업체들과 다시 논의하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펴고 있는 정부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정부로서는 업계의 부담을 줄여 태양광 생산 단가를 낮춰야 전기료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부담금을 매기지 않으면 급증하는 폐(廢)패널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7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원사인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폐패널 부담금의 시행 시기, 기준비용 등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태양광업계가 환경부의 재활용정책에 거세게 반발하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4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생산자가 내는 환경부담금을 재활용업체에 지원하는 것) 품목에 태양광 폐패널을 포함하는 내용의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과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태양광 업체들은 2021년부터 ㎏당 1200원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품목 출고량을 보고하는 등의 규제를 받는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단가를 1원이라도 낮춰야 하는 시점에 재활용 부담금을 내라는 건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환경부는 “시행 시기를 늦추기 어렵다”는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업계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의체를 구성해 시행시기와 기본비용 등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상정 일정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미루기로 했다.당장 태양광 업체들의 불만은 잠재웠지만 향후 협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환경부는 폐패널의 재활용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꺼번에 폐패널이 나오면 ‘제2의 쓰레기 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태양광 패널은 2007년부터 보급량이 늘었다.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이 15~30년인 만큼 2023년부터 폐패널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작년 기준 17t 수준인 폐패널량이 2020년 191t, 2023년 9665t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엔 2만935t의 폐패널이 쏟아진다.

태양광업계도 불만이 크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산업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는 상황에서 부담금 등의 규제가 찬물을 끼얹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선 환경부담금을 정할 때 몇 년씩 업계 의견을 듣는데 이렇게 법부터 개정하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