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건 공정한 일자리…반짝 현금지원은 아무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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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정책 성토 쏟아낸 취준생“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 게 대기업 입사하는 것만큼 힘들어졌습니다.”(한남대 사학과 4년 홍순기 씨)
한반도선진화재단 '청년이 바라본 소득주도성장' 세미나
소득주도성장 '청년 유감'
최저임금 인상에 알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한창 일하며 일 배울 시기에 무조건 주52시간만 일 하라니…
정부, 노동계 말만 듣고 청년 외면…공정·정의 내세우더니 '고용세습'
“한시적 현금 지원으로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정책은 청년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미국 보스턴대 정치학과 졸업생 함동수 씨)‘청년이 바라본 소득주도성장’을 주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20대 대학생, 졸업생 등 청년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노동계 말만 들을 뿐 청년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정책기조 변경을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
홍순기 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대폭 오른 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사례를 전했다. 그는 “학기 중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는데도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했다”며 “요즘 주위 대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홍씨는 정부가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부 진보 학자, 노동계 요구만 수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진보 학자가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줄이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단순히 돈 더 준다고 중소기업 안 가”
청년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함동수 씨는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두고 “밑 빠진 독의 구멍을 막기보다 물을 더 퍼부어서 해결하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함씨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에 대해선 “한시적 현금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과 관련해 단순히 돈을 쥐여주려는 정책보다 업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함씨는 “오너의 갑질, 출산과 육아에 대한 눈치, 불공정한 임금 제도 등 연봉보다 중요한 문제가 많다”며 “단순히 소득 높은 일자리가 아니라 공정한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단기 공공 알바 원하는 것 아냐”
정부가 강행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분야 규제정책에 관한 쓴소리도 터져나왔다. 김다해 씨(한국외국어대 사범대 4년)는 “청년은 개인 역량을 가장 크게 키울 수 있는 시기”라며 “주 52시간제 때문에 청년이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해서 발전하려는 청년에게까지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김씨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는 단기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자리가 아니라 기업 일자리”라며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과 관련,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논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규 씨(호주 시드니대 미디어학과 졸업)는 “평등, 공정, 정의를 내세운 정부 정책이 청년에겐 오히려 불평등과 불공정한 결과를 낳고 있다”며 “노력의 대가와 결과를 같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취업 관문을 ‘바늘구멍’으로 만들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청년들은 어차피 고용세습을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을 안다”며 “남은 한두 자리를 놓고 피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