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수소차] ① "예열은 마쳤다"…미래 먹거리가 달린다

5분 충전에 600㎞ 주행, 기술력·생산력 세계 최고…국산화율 95%
충전소 등 인프라는 걸음마…전문가들 "정부 역할 막중"
[※ 편집자주 = 지난 10월 프랑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수소전기차 시승 일정을 소화했습니다.이 장면은 국내 수소 관련 산업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또한 수소산업에 대한 국민적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수소차 지원을 비롯한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이에 부응하듯 울산시는 전국 최초 수소시내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고, 서울시는 '수소차 선도도시, 서울' 플랜을, 창원시는 '수소산업 특별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전국 지자체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우리나라 수소차 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자 수소차 기술개발 수준과 현황, 정부와 지자체 수소차 인프라 확산 계획, 선결과제 등 기획기사 3편(17~19일 각 1편씩)과 시험 운행 중인 울산 124번 시내버스 탑승기(17일)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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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에서 시작해 짧은 시간에 세계적 강국이 됐듯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도 강국의 힘을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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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4일 국빈 방문했던 프랑스 파리에서 국산 수소전기차 시승 후 전기차와 수소차가 미래 먹거리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2월에도 수소전기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등 수소전기차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수소전기차는 친환경 미래 먹거리로 현 정부 혁신성장을 이끌 대표 산업 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해 충분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수소전기차 세계 시장을 선도하면, 미래 새로운 블루오션인 수소산업 경쟁력도 덩달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달리는 공기 정화기…1시간 주행에 43명 깨끗한 공기 마셔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줄여 말하는 수소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차세대 또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반응의 역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로 움직인다.

수소차에 장착된 수소탱크 수소를 연료전지 스택(전기 발생 장치)에 보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일으켜 모터를 구동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이 있는 차와 달리 엔진이 없고, 전기차와 달리 전기공급 없이 내부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등 내연기관 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없다.

많이 달리는 만큼 공기도 정화돼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도 불린다.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수소차 '넥쏘'는 1시간 운행하면 공기 26.9㎏이 정화된다.

연료로 공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성능 필터를 이용, PM2.5 이하 초미세먼지를 99.9% 걸러 배출하는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체중 64㎏ 기준) 1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량은 0.63㎏인데, 넥쏘가 1시간 동안 걸러서 내보낸 공기(26.9㎏)로 42.6명이 1시간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또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도 5분 정도면 충분하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400∼600㎞에 이른다.

전기차 단점인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한 셈이다.

주행 거리별로 전기차는 단·중거리, 수소차는 중·장거리 운행차로 구분할 수 있다.

중량별로도 중소형은 전기차, 중대형은 수소차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전기차와 수소차는 경쟁 구도가 아닌 특성이 다른 차"라며 "두 차종 모두 전략적으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소차 국산화율 95% 이상…기술개발·생산, 세계 선두
우리나라는 수소차 부품 국산화율 95% 이상이라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350기압 수소 충전에 성공했다.

수소차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향상할 수 있는 고압의 수소 저장 능력이다.

연료전지 기술력을 선점한 것이다.

또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체제도 구축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세계 수소차 산업을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연료전지 스택, 구동 모터, 인버터(역변환 장치) 등 핵심 부품의 독자 개발 및 소형화, 모듈화 등 생산 노하우를 확보해 2013년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 중 최초로 울산공장에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만들었다.

근로자 13명이 하루 평균 10대를 생산, 올해 기준 연간 3천700대를 양산한다.

현대차가 양산에 성공한 투싼 수소차는 그동안 전 세계 17개국에 수출됐고, 미국 조사 전문기관 워즈오토(WardsAuto)에서 주관하는 '2015 세계 10대 엔진'에서 도요타 '미라이'를 제치고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에서 투싼에 이은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선보였다.

당시 유력 언론사들이 뽑는 '에디터들의 선택상'(Editors' Choice Award)을 받은 넥쏘는 세계 최고의 1회 충전 주행거리 609㎞를 자랑한다.

일본이 2014년과 2016년 출시한 도요타 미라이(502㎞), 혼다 클래러티(589㎞)를 능가하는 국내 수소차 미래 기술력의 결집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수소차 연료전지 성능과 수소 이용률을 업그레이드했고, 부품 고효율화를 통해 시스템 효율을 크게 향상했다.

또 넥쏘의 연료전지 전용부품 국산화율도 99%로 끌어올렸다.

특히,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 반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핵심 부품도 국산화에 성공했다.

수소차 연료전지시스템의 주요 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릴 수 있도록 개선했다.

2004년 개발한 수소전기버스도 이젠 정기 노선버스에 투입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2017년 충북 충주에 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한 수소차 부품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을 1만3천㎡(약 4천평) 규모로 조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핵심 부품부터 시스템 조립까지 전용 생산공장에서 양산하는 것은 업계 최초"라며 "세계 경쟁사와 규모로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기대감 크지만 인프라 부족…정부 역할 막중
수소차는 단순히 수소차나 부품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블루오션 신산업인 수소산업까지 키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전통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울산시는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산업을 신성장 핵심사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울산은 수소산업 분야에서 국내 수소 50% 이상을 생산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차(281대)와 수소충전소(3곳)를 갖추고 있다.

향후 생산-수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광주시, 경남도, 충남도 등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퉈 수소차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산업을 새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수소차 산업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무공해 사회 구현과 지속 가능 성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수소에너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수소차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수소에너지가 교통 부문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성공을 견인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2013년부터 국내에서 운행하기 시작한 수소차는 전국에 592대에 이른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77대에 그쳤지만, 올해는 5년간 운행 중인 수소차의 2배를 훌쩍 넘는 415대가 도로를 달린다.

그러나 수소충전소는 현재 전국 9개(연구용 4개 제외)에 불과하다.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22년까지 충전소 310곳을 더 짓고, 수소 버스 1천 대를 포함해 1만6천대 이상으로 수소차 시장을 계속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중 수소차 보급 확대를 포함한 '수소 시대'를 준비하는 정부 계획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획기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7일 "수소차 판매가 본격화했지만, 아직 수소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는 부족해 연구개발 부문과 함께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 미래 먹거리가 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핑크빛 꿈만 꾸지 말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수소차 양산을 먼저 했지만, 유럽에서는 미래 모빌리티로 보고 충전소를 먼저 깔고 있다"며 "수소차 장단점을 고민하면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중소기업 먹거리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