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컵에 걸친 공' 너무 기다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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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홀로 쏙 들어갔지만…홀컵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공이 홀 속으로 떨어지기를 끝까지 기다려 버디를 잡은 골프 선수가 결국 낭패를 봤다. 선두를 질주하다 1벌타를 먹은 이후 9개홀에서만 5타를 잃고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호주 골프 투어 신흥강자 제이크 맥러드(25·사진)가 18일 막을 내린 호주 투어 메이저 대회 에미레이트 호주 오픈에서 겪은 일이다.
10초 넘겨 버디 빼앗긴 호주 골퍼
사건은 하루 앞서 열린 3라운드 4번홀(파4)에서 벌어졌다. 그는 약 7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했고, 이 공이 홀컵 왼쪽에 들어갈 듯 아슬아슬 멈춰 섰다. 경계선에 걸친 공은 조금씩 움직이는 듯했다. 맥러드는 홀 주변에 웅크리고 앉아 자세히 공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마침 불어온 강한 바람이 공을 미세하게 밀어주고 있었다. 공이 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 같았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그 시간이었다.공은 홀컵에 걸친 지 35초 만에 홀로 들어갔다. 공이 걸려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과, 골퍼가 홀컵으로 이동하는 시간 등 10초는 골퍼가 기다릴 수 있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지연 플레이’로 1벌타를 주는 게 골프 룰(6조 2항). 공이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에 몰입한 나머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갤러리와 동료들의 축하 속에 잡아낸 버디는 곧바로 파로 정정됐고 좋았던 경기 흐름은 깨지고 말았다.
맥러드는 “경기가 끝난 뒤에 벌타 부과를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경기 도중 알려주는 바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10초를 넘기지 말아야 하는 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계속 공을 움직일 경우는 예외로 알고 있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3라운드 초반 공동 선두까지 치고 나갔던 맥러드는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쳐 10언더파 3위로 대회를 아쉬움 속에 마감했다. 우승컵은 16언더파 272타를 친 멕시코의 아브라함 앤서가 차지했다.
2라운드에서 홀인원 행운까지 잡아내며 ‘해외 투어 나들이 우승’을 기대했던 안병훈(27)은 3라운드에서 4타를 잃는 난조를 보인 뒤 최종일 3타를 만회해 결국 합계 7언더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1904년 창설된 이 대회는 ‘톱10’에 든 10명 중 디오픈 출전 자격이 없는 상위 3명에게 디오픈 출전권을 부상으로 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