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사업 무산되나…노동계 무리한 요구에 취지 퇴색

엔진 꺼지는 한국 車산업

네 번째 협상시한도 넘겨
근로자 연봉 3500만원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네 번째 협상시한을 넘겼다. 광주광역시와 지역 노동계가 당초 취지를 무시한 채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18일 “현대자동차와의 협상을 1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타결하면 좋겠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협상시한으로 제시했던 이날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다. 광주시는 당초 지난달 말을 협상시한으로 잡았다가 지난 9일로 미뤘다. 이후 15일까지 협상을 마치겠다고 선언했다가 “18일까지 협상하겠다”고 번복하는 등 네 차례나 협상시한을 연기했다.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광주시가 광주 노동계(한국노동조합총연맹 주축)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당초 취지가 퇴색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주 44시간 근로·연 3500만원 지급’이라는 기존 계획을 ‘주 40시간 근로·추가근로 시 초과근로수당 지급’으로 바꿨다. 여기에 성과급 등의 요구가 더해지면서 현대차가 이를 받아들이면 ‘연봉 5000만원짜리 일자리’가 탄생할 판이다.

광주시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을 강조해 같은 지역의 완성차 공장(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300만원이다. 광주 협상단은 주변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광주시의 제시안을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시가 요구하는 내용을 받아들이면 기존 공장과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완성차 공장이 하나 더 생길 뿐”이라며 “인건비를 혁신적으로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기존 취지에 어긋나는 만큼 현대차가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도병욱/광주=임동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