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날' 김혜수·유아인, 21년전 오늘로 미래를 말하다(종합)
입력
수정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이 그동안 외면됐던 IFM 금융위기의 현실과 의미를 조명했다.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은 19일 서울시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의 의미를 피력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제가 상징하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진정성있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며 "그 부분을 관객들도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그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너무나 큰 사건인 IMF 구제금융이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협상 과정과 의미를 전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크게 3개로 나뉜다. 국가 부도를 일주일 앞두고 협상에 나선 이들과 위기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이들, 운명의 갈림길에 선 다양한 인물들을 IMF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전책팀 팀장 한시현 역으로 분했다. 모두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할 때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인물이다.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 강한 신념과 전문성으로 위기 대응에 앞장서면서 위기의 순간,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조우진은 위기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엘리트 중심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한시현(김혜수 분)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김혜수와 조우진은 극중 불꽃튀는 대립을 선보인다. 특히 IMF 총재를 사이에 두고 첨예한 대립을 선보이는 한시현과 재정국 차장의 모습은 '국가부도의 날'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한시현은 자연스러운 영어 대사로 몰입도를 높이고, 재정국 차장은 한시현에게 비속어를 쓰고, 비아냥 거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김혜수는 영어 대사로만 이뤄진 장면에 대해 "영어 자체보다는 그걸 자연스럽게 체화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혜수는 "영어 대사가 나오는 신은 우리 영화는 '이럴 수 있었다'는 전제에서 시작돼 부담이 되고, 무조건 잘해내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그 자리에서 직위를 막론하고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입장이 진심을 다해 전해지길 바랐다"고 전했다.
또 조우진과의 연기에 대해 "저력있는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현장에서 감탄하며, 감동하며 호흡을 맞췄다"며 "좋은 에너지와 긴장감을 가진 배우였다. 상대의 연기까지 끌어올리는 경험을 조우진 씨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윤정학은 남들보다 빠르게 국가 부도의 위기를 직감한 금융맨이다.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으며 잘다니던 증권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다. 유아인은 윤정학에 대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했다"며 "이기적이고, 현실주의자이자 기회주의자인 친구이지만, 어떤 면에서 인간적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허준호는 '대한민국 경제는 문제없다'는 정부의 호언을 굳게 믿었다가 부도를 맞게 되는 갑수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이전까지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평범한 소시민을 대변하며 안타까움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허준호는 캐릭터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라 부담도 되고, 영광이기도 했던 역할이었다"며 "작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 말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고 연기할 때 고민했던 부분을 소개했다.
최국희 감독은 IMF라는 국가 위기 상황을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IMF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며 "엄성민 작가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용어도 많이 나오지만, 영화가 설명하고 넘어가지 않아도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서 캐릭터 설정에 고심했음을 전했다.
특히 여성이 위기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설정에 대해 "1997년은 지금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더 낮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어려운 보수적인 시기"라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인물이 여성이라면 영화적으로 더욱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김혜수 배우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21년 전 IMF 체결을 논의 중이던 11월 28일에 개봉한다. 21년전 11월 21일 당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1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연쇄 부도에 따른 대외신뢰도 하락으로 단기 자금 만기 연장 등 외화 차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ㆍ외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1997년 12월 3일. 한국정부와 IMF는 협상끝에 한국에 IMF 체제를 선언한다.
역사적인 시기와 궤를 같이하는 시점에 '국가부도의 날'은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하지만 김혜수는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혜수는 "개봉 시기는 저희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예측하며 연기한 적도 없다"며 "고통스러웠던, 현대사와 우리 삶을 바꾼 큰 사건이 주는 영화의 메시지가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아직 유효한 것 같다. 관객들과 건강하고 유의미한 생각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사진 최혁 한경닷컴 기자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은 19일 서울시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의 의미를 피력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제가 상징하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진정성있게 보이도록 노력했다"며 "그 부분을 관객들도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그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너무나 큰 사건인 IMF 구제금융이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협상 과정과 의미를 전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크게 3개로 나뉜다. 국가 부도를 일주일 앞두고 협상에 나선 이들과 위기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이들, 운명의 갈림길에 선 다양한 인물들을 IMF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전책팀 팀장 한시현 역으로 분했다. 모두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할 때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인물이다.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 강한 신념과 전문성으로 위기 대응에 앞장서면서 위기의 순간,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조우진은 위기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엘리트 중심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한시현(김혜수 분)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김혜수와 조우진은 극중 불꽃튀는 대립을 선보인다. 특히 IMF 총재를 사이에 두고 첨예한 대립을 선보이는 한시현과 재정국 차장의 모습은 '국가부도의 날'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한시현은 자연스러운 영어 대사로 몰입도를 높이고, 재정국 차장은 한시현에게 비속어를 쓰고, 비아냥 거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김혜수는 영어 대사로만 이뤄진 장면에 대해 "영어 자체보다는 그걸 자연스럽게 체화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혜수는 "영어 대사가 나오는 신은 우리 영화는 '이럴 수 있었다'는 전제에서 시작돼 부담이 되고, 무조건 잘해내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그 자리에서 직위를 막론하고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입장이 진심을 다해 전해지길 바랐다"고 전했다.
또 조우진과의 연기에 대해 "저력있는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현장에서 감탄하며, 감동하며 호흡을 맞췄다"며 "좋은 에너지와 긴장감을 가진 배우였다. 상대의 연기까지 끌어올리는 경험을 조우진 씨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윤정학은 남들보다 빠르게 국가 부도의 위기를 직감한 금융맨이다.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으며 잘다니던 증권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다. 유아인은 윤정학에 대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했다"며 "이기적이고, 현실주의자이자 기회주의자인 친구이지만, 어떤 면에서 인간적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허준호는 '대한민국 경제는 문제없다'는 정부의 호언을 굳게 믿었다가 부도를 맞게 되는 갑수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이전까지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평범한 소시민을 대변하며 안타까움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허준호는 캐릭터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라 부담도 되고, 영광이기도 했던 역할이었다"며 "작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 말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고 연기할 때 고민했던 부분을 소개했다.
최국희 감독은 IMF라는 국가 위기 상황을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 "IMF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며 "엄성민 작가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용어도 많이 나오지만, 영화가 설명하고 넘어가지 않아도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서 캐릭터 설정에 고심했음을 전했다.
특히 여성이 위기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설정에 대해 "1997년은 지금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더 낮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어려운 보수적인 시기"라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인물이 여성이라면 영화적으로 더욱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김혜수 배우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21년 전 IMF 체결을 논의 중이던 11월 28일에 개봉한다. 21년전 11월 21일 당시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1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연쇄 부도에 따른 대외신뢰도 하락으로 단기 자금 만기 연장 등 외화 차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ㆍ외환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1997년 12월 3일. 한국정부와 IMF는 협상끝에 한국에 IMF 체제를 선언한다.
역사적인 시기와 궤를 같이하는 시점에 '국가부도의 날'은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하지만 김혜수는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혜수는 "개봉 시기는 저희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예측하며 연기한 적도 없다"며 "고통스러웠던, 현대사와 우리 삶을 바꾼 큰 사건이 주는 영화의 메시지가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아직 유효한 것 같다. 관객들과 건강하고 유의미한 생각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사진 최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