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 경기호황, 좋은 뉴스일까?

"호황국면 美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차 확대, 자본유출 초래

美 수입늘어 무역적자 확대돼
對中 무역공세 거세지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에 악영향

외부충격 대비한 위험관리 절실"

안동현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지난달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경기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경계심이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CNN과 블룸버그에서 상반된 예측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먼저 CNN은 4대 경제대국 중 미국을 제외한 중국 독일 일본이 지난 3분기 동시에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점을 지적하면서, 내년에 이들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가 미국까지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독일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에 따른 자동차 판매량 감소, 일본은 삿포로 지진과 연이은 태풍 피해 등 일시적 요인이 성장률 하락을 가져온 측면이 있지만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최근 몇 년간의 성장률 추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내수가 둔화되고 있고 민간 부문 및 지방정부 부채가 한계점에 도달해 내년 성장률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글로벌 경제는 경기 둔화가 보다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미국 역시 법인세 인하 효과가 약화되는 추세에서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전망치를 인용하며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이 올 상반기에 예측한 것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성장률은 작년이나 올해와 마찬가지로 3.7% 정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조정 후에도 2.5%로 상당히 견조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렇게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내년 글로벌 경제 향방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달려 있는데 이에 대한 예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가 예상하듯 내년 미국 경제가 예상한 대로 2% 중반대를 유지한다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과연 그럴까? IMF 예상대로 미국의 경기 호황이 내년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도 우리가 안심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금리 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다음달 한 차례, 내년엔 세 차례 정도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최근의 달러 강세 기조가 가속화해 자본 유출이 불가피해진다. 이로 인해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소비나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둘째, 지난 2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구해온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적자 규모는 36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 확대됐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호황에 따른 내수 증대로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별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월 540억달러를 기록한 후 축소되는 듯하더니 6월부터 확대돼 지난 9월 다시 54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기 호황이 지속될수록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확대되며 이는 트럼프의 대중 무역 압박 강도를 높여 결국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은 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미(對美)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의 작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 대비 23% 줄었고 올해 역시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역수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대중 무역수지 흑자로 메우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으나 트럼프의 대중 무역 압박이 가속화하면 그것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렸을 때 한국 증시의 낙폭이 가장 컸던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를 자본 유출과 무역 분쟁에 취약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미국 경제가 호황을 지속할지라도 거시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충격에 대비해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나서야 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 등 실탄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