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에 사라진 '수능특수'…유통가 한산, 입시설명회만 북적

수능 후 첫 주말 영화관 등 '수험표 할인' 학생 거의 없어
수험생 지갑 닫고 입시 몰두
수능이 끝난 뒤 첫 일요일인 지난 18일, 소극장이 모여있는 서울 대학로 거리는 한산했다. 작년까지 수능 수험표를 ‘할인쿠폰’으로 활용해 연극을 보려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올해엔 고3 수험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이 80점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등 ‘불수능’ 여파로 수험생들이 수시 논술에 몰려 휴식기가 사라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수능 특수’에 목을 매던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 매표소 앞에는 표를 끊으려고 줄을 서 있는 행렬이 있었지만 대학생과 직장인만 눈에 띄었다. 소극장들 대부분 수험표를 가져오면 4만원짜리 티켓을 1만원에 제공하는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극장을 찾는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드물었다. 소극장 원패스아트홀 관계자는 “수능 직후였던 이번 주말에 수험표를 들고 온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소극장 매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탑아트홀에서 표를 팔던 직원은 “‘수능 특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화관도 비교적 한산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수능 직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16~18일)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상위 10개 영화의 관객 수는 전주 동기 대비 19.7%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수능 직후에 상위 10개 영화 관람객이 전주 대비 43.9% 늘었던 2016년에 비하면 ‘수능 특수’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수능 특수’를 기대했던 통신사 대리점주들의 한숨도 깊었다. KT 명동점 점장 장모씨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8만9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할인해주는 혜택을 마련했는데 수능이 끝난 주말 이틀간 수험생이 2명밖에 안 왔다”고 말했다.수능 특수를 누리던 상인들은 “경기 불황에다 수능까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이 지갑을 닫고 남은 입시 전형에 매진하는 게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미용실 원장은 “수능이 끝난 조카에게 머리하러 오라고 연락했더니 주말마다 논술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12월 중순에나 올 수 있다고 하더라”며 “수험표를 가져오면 가격을 20% 할인해주는데, 원래 하루에 10명 정도 염색하러 왔던 고3 수험생들이 올해는 2~3명뿐”이라고 말했다.

입시업계는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불안감이 커진 수험생들이 입시설명회장이나 재수학원 등을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18일 오후 입시컨설팅업체 유웨이중앙교육이 한국외국어대에서 연 ‘2019학년도 정시 가채점 전략 설명회’엔 수험생과 학부모 등 2000여 명이 몰렸다. “예년엔 1500명 정도 왔는데 크게 늘었다”는 게 유웨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아란/이인혁/구민기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