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임원 연말 대폭 인사 예고…100명 넘게 임기 만료

안정? 변화? 인사방향에 촉각…채용비리·디지털바람 변수 될까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다음 달부터 대규모 '인사 태풍'이 예상된다.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종료되는 인사만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든 채용비리의 여파, 최근 금융사에 부는 '디지털화' 바람, 경영진의 장기계획 필요성 등이 인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주요 계열사 사장 14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올해 마무리된다.우선 KB증권을 함께 이끄는 윤경은·전병조 사장의 두 번째 임기 만료가 도래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으로 시작된 각자 대표 체제는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두 사장의 임기가 연장됐을 때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돼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업을 취급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꼽혔지만, KB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KB자산운용 이현승·조재민 사장도 올해 연말까지가 임기다.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뒀고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 임기가 다음 달 말까지다.

KB금융이 계열사 사장단 임기를 연장해 안정을 꾀할 수도 있지만, 변화를 택하기도 나쁜 상황이 아니다.KB금융은 작년 2분기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당기순이익으로 금융지주사 1위를 차지하고서 올해까지 수성 중이다.

채용비리로 촉발된 'CEO 리스크'도 검찰이 윤종규 회장을 불기소 처분함에 따라 사그라든 상태다.

KB국민은행도 대폭 물갈이가 가능하다.

허인 행장과 서남종 리스크관리그룹 전무를 제외하고 임원 20명 가운데 18명의 임기가 올해까지다.

신한금융그룹은 자회사 13개사 중 제주은행과 신한리츠운용을 제외한 11개사 CEO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이중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CEO는 차기 신한지주 회장 당연직 후보가 되는 자리여서 더 주목된다.

인사 폭을 두고 한쪽에는 상당한 CEO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임기가 만료되는 CEO 상당수가 현 조용병 회장 전임자인 한동우 전 회장이 임명한 인사라는 점에서다.

조 회장이 자신이 내건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색깔을 드러내고자 자회사 CEO를 대거 교체할 수 있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변수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회장직이 흔들릴 수 있다.

임기 만료일인 2020년 3월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법률상 회장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지만,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인사는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임기 중 회장 유고 상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연말에는 지주 임원급 인사가 있다.

부문장 4명과 부사장 3명 모두 다음 달이면 임기가 끝난다.

신한은행은 부행장 7명 전원과 부행장보 중 6명이 다음 달 말 임기가 종료된다.

우리은행은 행장과 감사를 포함한 임원 24명 중 13명이 다음 달 8일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은행은 통상 상무 임기가 2년, 부행장은 1년이다.

사실상 부행장은 매년 '물갈이'가 되는 구조다.

부행장의 앞날은 연임, 부문장 승진, 계열사 사장, 퇴사 등 네 가지가 있다.

이번에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돼 갈 수 있는 자리가 늘면서 부행장들 행보에 숨통이 트였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임원을 부사장급 이하로 4∼5명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지주 부사장은 은행의 부행장급이다.

우리은행이 임원 인사를 언제 단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달 28일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주주총회가 변수가 됐다.

우리은행 계열사 중 우리종금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여서 연말 연초 인사 대상이 된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금투·캐피탈·카드·자산신탁·펀드서비스·대체투자자산운용·핀크 CEO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판결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3월 연임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주와 은행 임원 30명이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행장·전무급 상당수가 지주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이후 첫 인사이며, 김 회장이 최근 하나금융 디지털화를 선포한 바 있어 인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의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시했다.

이들은 다음 달 말 임기가 끝난다.

이 가운데 이대훈 은행장은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을 받는다.
농협은행은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 9천339억원으로 2012년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 캄보디아 법인을 공식 출범하는 성과도 있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사장 임기가 짧은 편"이라며 "사장이 단기 계획보다 중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장기성장동력 평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부행장 12명 가운데 7명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은행 임원 임기가 '2+1'년이라는 말이 있다"며 "금융사의 장기 운영 계획을 고려한다면 임기가 연장되는 임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