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등판하는 사우디 왕세자…카슈끄지 사건, 국제이슈 재점화?

사건 後 첫 해외방문, 자신감?…트럼프·EU 정상과 터키 대통령도 참석
CIA보고서 '무함마드 배후' 결론 여부가 G20서 사태 향배 가를 듯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2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 아라비야 등 사우디 언론들은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 광물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G20 참석은 해외 방문일정의 일환이지만, 더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G20 참석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지난달 2일 발생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왕세자의 첫 해외 방문이 된다.자신이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라는 국제사회의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사건의 결정적 증거)이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에 국제사회에 공론화한 이후 인권·언론 탄압에 대해 사우디를 강하게 비난해 온 주요 국가들 정상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G20 정상회의에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연합(EU) 주요국 정상들은 물론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누구보다 강하게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가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상대적으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두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G20 무대에 자리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사우디 검찰의 지난 15일 자체 수사 발표 이후 '소강 국면'에 접어든 카슈끄지 사태가 G20에서 다시 한번 국제적 관심사로 재등장할지 주목된다.

앞서 사우디 검찰은 자체 수사결과를 통해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직접 명령한 사람은 그를 귀국시키기 위해 터키로 보낸 협상팀을 이끌었던 현장팀장"이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이어 "카슈끄지 사건의 최고위 책임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메드 알아시리"라고 덧붙였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2일 이번 사건이 사우디 최고위층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을 때 터키 정부는 이 발언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겨냥한 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은 무함마드 왕세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CIA 보고를 받은 뒤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CIA 보고와 관련해 "가능한 일"(possible)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CIA의 판단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premature)라고 지적하면서 19일이나 20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세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해 CIA 보고서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늠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CIA 보고서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G20 정상회의에서 카슈끄지 사건이 다시 불붙을 지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