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혁신으로 위기극복" 보아오포럼 첫 서울회의

왕융·이낙연·반기문·권오현 등 한중 정·재계 인사들 참석
'전경련 행사' 몸사린 주요 총수 공식일정 불참…'내실 부족' 평가도

'아시아판(板)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첫 동북아 지역회의가 19∼20일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란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됐다.이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18' 개막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최광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국 정부 대표 인사로는 왕융(王勇) 국무위원이 자리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회의에 중국 고위 지도자가 참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리바오둥(李保東) 사무총장과 추궈훙(邱國洪) 대사 등 고위급 관료를 비롯해 중국 베이징(北京), 쓰촨(四川), 칭다오(靑島), 하이난(海南) 등지에서 꾸린 대규모 사절단도 동행했다.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아시아는 현재 반(反)세계화, 보호무역, 고립주의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확실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시아 역내 협력과 합의를 통해 세계화, 자유무역, 다자주의 가치를 고수해야 아시아의 기적과 같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세계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년 전 시작된 보아오 아시아포럼이 이제 28개국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포럼이 됐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아시아의 경제발전을 논하는 첫 동북아 지역회의가 개방경제로 성장한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 이사장은 개막식 후 이어진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아시아'란 주제의 플래너리 세션에서 "전직 유엔(UN) 사무총장으로서 다자주의가 위협받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특히 다자주의를 주창했던 국가들로부터 이런 위협이 나온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반 이사장은 "전 세계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려면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세계기구가 역할을 해야 하고, 시민단체와 비정부기구(NGO)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보아오포럼도 아직은 작은 지역 기구일 수 있으나 앞으로 다자주의 보호에 일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혁신성장'란 주제의 발표에서 "빈곤과 실업, 질병, 고령화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국가들에 필요한 것은 혁신"이라며 "그중에서도 과학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은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아시아가 미래 혁신기술을 실험할 최적의 환경을 갖춘 만큼 실용화 단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권 회장은 "문제는 아직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노동집약적 산업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개방형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공정한 무역체제 아래에서 창의성을 배양하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전경련 측은 총참석자가 800여명으로 200∼300명 수준이었던 기존 지역회의보다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면을 보면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행사 규모나 의미에 비해 주요 그룹 총수들의 참석률이 저조했기 때문인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이 아직 쇄신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몸을 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보아오포럼 공식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고 중국 측 주요 인사와 별도로 접촉하는 등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은 당초 주제연설 연사 중 한명으로 최 회장을 섭외하려 했으나 불발돼 최광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 부회장이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일정상 불참한다고 공지했다.전날 저녁에 열린 환영 만찬에도 국내 재계 총수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주요 기업들은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사장이나 부사장급을 보내 성의만 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