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무역전쟁 담판' 앞두고 주목받는 라이트하이저

FT "실력 갖춘 美 USTR 대표, 미·중협상에 결정적인 변수"
"라이트하이저, 협상 기회 만들 수도 날려버릴 수도 있어"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과 중국 정상 간 '무역전쟁 담판'을 앞두고 대(對)중국 강경파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71)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전화통화를 통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별도로 만나 양국 간 무역갈등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전화통화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무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가공할만한 실력을 갖춘 협상가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중 협상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협상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면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FT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중 무역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수께끼와 같고 필수적인 미국 측 고위관리'라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좀처럼 말을 하지 않으며, 여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맡겨진 임무를 조용히 수행하고 있다.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이 장기화하는 무역전쟁을 끝내는 '정전 협정'을 만들어 내려면 미국 무역대표부를 이끄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검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매우 높은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 같다고 FT는 추정했다.미·중 무역협상 과정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로비스트이자 한 투자자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중국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는 미국 경제를 위한 최선의 협상을 모색하기보다는 중국의 기술 부상을 막으려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훌륭한 협상을 끌어낼 수 없다면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더불어 대중국 매파로 분류된다.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워싱턴 D.C의 조지워싱턴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다 1978년 밥 돌(공화당) 전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3년 무역대표부에 부대표로 들어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5년부터 2017년까지 30여 년간 미국의 거대 법무법인인 스캐든 압스에서 재직했다.

이곳에서 그는 주로 미국의 회사들이 외국의 라이벌 회사들과 법적인 다툼을 하는 것을 도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대표부 대표로 발탁됐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불리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체결을 주도했지만,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미·중 무역갈등을 논의하는 협상은 주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라인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5월 무역갈등을 타결하기 위한 공식 협상을 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이르지 못했다.

류 부총리는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므누신 재무장관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에 개입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철강노동자연맹의 레오 게라드 국제담당 회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정보가 많고 집요하다"면서 "그가 협상에 개입하면 그는 매우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어떤 관리들보다 무역법과 무역정책에 정통하다.

외국의 한 무역협상 전문가는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중국의 관리들도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매파'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화해하기 위해선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협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