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포화라더니…유통 그룹들 '영토확장 전쟁'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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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판도 바꾸는 편의점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작년 5월 말 “미니스톱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채용 박람회장에서 기자들에게 편의점 사업 육성 전략을 설명하면서다. 하지만 이 말의 ‘유효기간’은 1년 반밖에 안 됐다. 20일 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 이마트24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편의점 사업에서 영영 뒤처질 수 있다는 정 부회장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롯데까지 미니스톱 인수전에 가세했다.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 ‘맞수’가 한 회사를 놓고 인수전 본입찰에 함께 참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두 그룹이 편의점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자금력은 롯데…인수 의지는 신세계주관사 노무라증권은 한국미니스톱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의 지분뿐 아니라 대상(지분율 20%)과 일본 미쓰비시(3.94%) 지분도 이번 매각 대상에 모두 넣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매각가를 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가 모두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어 매각가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
(1) 유통강자들의 사활 건 경쟁
미니스톱 놓고 롯데-신세계 '격돌'
롯데, M&A 경험·자금력 강점
신세계, 新성장동력 투자 의지
유통채널 중 성장성 독보적
작년 편의점 매출 10% 급증
2030 비중 높아 성장 잠재력 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는 로손, 바이더웨이 등 과거 다른 편의점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운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인수 후 통합 작업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하다. 편의점은 개별 점주와 본사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어 인수 후 통합 작업이 쉽지 않다. 롯데는 일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 정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일본 이온그룹과 소통하는 데 보다 용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경영에 복귀해 의사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재계 5위 그룹으로 자금 동원 능력이 높다는 것은 롯데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신세계는 사업 확장 의지 면에서 롯데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이마트)가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편의점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작년 위드미에 ‘이마트’ 간판을 달아줘 그룹이 전폭적 지원을 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점포 수가 올 10월 말 기준 3564개로 CU(1만3109개), GS25(1만3018개), 세븐일레븐(9548개)에 크게 뒤져 미니스톱(2533개) 인수를 통한 성장이 절실하다.출점 경쟁 우려 속에서도 ‘고공 성장’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강력한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미니스톱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에 달했다. 백화점(3.2%), 대형마트(2.2%), 기업형슈퍼마켓(SSM·0.4%)을 크게 앞섰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평균 성장률(3%)의 세 배가 넘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9.7%에 이른다. ‘출점 경쟁 탓에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출점 경쟁 우려 속에서도 매장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5대 편의점 숫자는 2395개 증가했다. 작년 말 3만9377개에서 4만1772개로 늘었다. ‘5만 개까지는 성장 여력이 있다’는 게 편의점업계의 시각이다.
성장성만 큰 게 아니다. 주된 이용자가 10~30대로 중장년 위주인 백화점, 대형마트, TV 홈쇼핑에 비해 잠재력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어린 시절 소비 패턴이 나이가 들어서도 이어지는 만큼 편의점산업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제 이슈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회는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이상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의무휴업은 시간 문제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SSM과 대형마트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과 아울렛 등도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편의점은 다르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각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별도로 있어 정부의 규제 여지가 작다. 본사가 직접 하는 다른 유통 사업과 달리 점주들이 모두 소상공인이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