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제조업 살아나고 있는 중…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지원해야"

車·조선 회복세 언급
일부선 "현실과 괴리"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며 제조업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반짝 회복세’를 두고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있다”며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10월 석 달간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 들어 국내 조선업계 수주 실적이 작년보다 71% 늘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간 무역 분쟁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 확대 및 협력 업체들과의 상생 협력으로 일궈낸 반가운 소식”이라고도 했다.제조업이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만큼 대출 만기 연장이나 선수금환급보증 등의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R&D) 지원책을 적극 강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문 대통령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핑크빛’ 분석과 달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처럼 올 2월부터 7월까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8월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9~10월에도 5.7% 늘었다. 하지만 10월까지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4.8%, 수출액은 4.3% 줄었다.

조선업 역시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 문 대통령은 ‘1위 탈환’을 강조했지만 조선업계에선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거에 비해 발주량이 회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1~10월 선박 수출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59% 쪼그라든 상태다.문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조업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일부 통계로 대통령을 오도하는 청와대 경제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경기 인식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