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반값!"…돌아온 유커가 달갑지 않다

한국 여행상품 대부분 일본의 '반값'
유커들 지출액·만족도도 한국이 뒤처져
"쇼핑 외 한국 여행 콘텐츠 발굴 필요해"
사진=연합뉴스
"서울 3박4일 3569위안(58만원), 강원도 포함 4박5일은 4399위안(약 71만5000원)"

지난 14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이 올려놓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이다. 상하이 직항 출발 기준으로 대부분 3000위안~4000위안(약 49만~65만원)대 상품이 여럿 보였다. 서울 시내 숙소와 공항 리무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도 2000위안(약 32만원)대에 한국 여행이 가능한 패키지도 있었다.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무분별한 저가 단체관광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즐길 거리 없이 쇼핑 위주의 저가 관광 상품은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단체관광객이 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할 때 드는 비용은 3박4일에 대략 3000위안(약 49만원) 안팎이다.

최근 씨트립에 올라온 한국 단체여행 상품 역시 대부분 이 가격대였다. 같은 기간(3박4일 기준) 씨트립의 도쿄 여행 관광 상품은 6277위안(약 109만원)으로 여행 경비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여행은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한국 여행 상품에서 아시아나·대한항공 또는 중국 국적기로 직항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 여행 스케줄은 대부분 서울과 근교 등을 묶은 상품으로 면세점 2~3곳을 방문하는 쇼핑 일정이 필수 코스로 들어가 있었다.

개별 관광객들의 소비액도 한국보다 일본이 2배 이상 높았다. 지난달 중국관광연구원(CTA)이 발표한 '중일한 여행 빅데이터 보고서 2018'에 따르면 방한 유커는 인당 평균 5000위안~8000위안(약 81만원~130만원)을 지출한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27%에 달하는 응답자가 5000위안 이하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 가운데 절반인 49%는 1만위안~2만위안(약 162만원~325만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평균 5000위안~8000위안을 쓰는 경우는 18%에 달했다.여행 기간도 일본이 길었다. 한국은 4일 이내(41%) 또는 5~6일(36%)이 가장 많았으나 일본의 경우 5~6일(35%), 7~8일(31%)을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9일 이상 여행하는 여행객도 한국은 6%에 불과했지만, 일본은 23%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한국 여행이 더 저렴하기만 만족도 측면에서는 일본에 비해 떨어졌다"며 "지난해 중국 관광객 평균 만족도를 보면 일본이 78.39%로 한국의 76.95%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쇼핑 위주로의 저가 관광 상품보다 지역 관광 콘텐츠 발굴 등 전통문화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 질적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일변도의 쇼핑 일정은 자칫 한국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저가 상품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체 상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면세점 위주의 일정은 당장 매출이나 관광객 수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화장품과 한류 연예인 외에도 전통문화를 활용한 본질적인 한국 여행 콘텐츠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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