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냐 '차이니스 타이베이'냐…차이잉원 정부 진퇴양난

현지언론 "대만 정부, 국민투표 통과돼도 '차이니스 타이베이' 유지"
대만이 올림픽 참가 명칭을 '차이니스 타이베이'에서 '대만'으로 바꿀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둔 가운데 '탈중국화' 정책을 펴온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어느 쪽 결과를 반겨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대만이 오는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를 국민투표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할 것인지를 묻는 항목이 포함됐다.

대만 국민투표는 유권자 중 25%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돼 문턱이 낮다.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대만 독립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어 통과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투표는 표면적으로는 올림픽 참가 명칭을 정하는 데 한정된다.

그러나 사실상 대만의 독립성에 관한 국민 의사를 직접 묻는 성격을 띠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향후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 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무력을 동원해 '미수복 지역'인 대만을 일거에 점령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내건 민진당 소속인 차이 총통은 2016년 집권 이후 선명한 '탈중국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1981년 이후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굳어진 올림픽 참가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가뜩이나 악화한 양안 관계를 일촉즉발 상황으로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 총통은 강경 독립 세력이 주도해온 '올림픽 명칭 바로잡기' 운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 온 편이었다.

또 올림픽 참가 명칭을 바꿈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중국과 거리 두기를 선언할 수 있지만 대만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함으로써 외교적 고립 상황이 한층 더 엄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아울러 올림픽 무대를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실제로 박탈당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탈중국화' 정책에 반대해온 국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민진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차이 총통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대로 국민투표에서 올림픽 참가 이름을 바꾸자는 비율이 너무 낮아도 '탈중국화' 지지 세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 차이 총통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군사·외교 분야를 망라한 중국의 집요하고 거센 압박 속에서 대만에서는 불안정한 양안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만 연합보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6%가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 관계 처리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차이 총통 집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언론은 대만 정부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계속 '차이니스 타이베이' 명칭으로 계속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만 정부가 고심 끝에 국민투표 결과에 사실상 불복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현상 유지'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합보는 2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차이잉원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국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차이니스 타이베이'(중화대북) 명의로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에 나가는 현재 상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국민투표가 통과되면 대만 정부는 3개월 안에 그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입법원은 이를 심의해 통과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