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혁신성장 정책부터 혁신해야 경제활력 줄 수 있어"
입력
수정
지면A13
정부 기술평가 능력 의문정부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기술 개발 등 성과를 내려면 정책 추진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산업은 일단 허용하고
사후 규제하는 게 바람직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1일 민간 싱크탱크 FROM100이 연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 세미나에서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이 정부 주도여서 제대로 효과를 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규제혁신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도 신기술 평가를 정부가 먼저 한 뒤 규제를 면제해주는 식”이라며 “정부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평가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산업에선 일단 허용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규제하는 ‘사후 규제’ 개념을 전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혁신성장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개혁이 시급한 분야로 꼽혔다. 박기영 순천대 대학원장은 “한국은 R&D 투자를 많이 하는데 개발 결과물이 사업화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정부 R&D 투자는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로 세계 2위다. 하지만 R&D 과제 사업화 성공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사업의 경우 38.1%에 그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60~7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박 원장은 “R&D 과제 선정을 정부 주도로 하니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대학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아 사장되기 일쑤”라며 “R&D 과제 선정부터 기술 평가 시스템, 기술 사업화 단계까지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R&D 기술 사업화를 위해 기술이전촉진법 등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R&D 사업화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세계적인 제품·서비스로 거듭나는 성공 사례가 많다. 일례로 오늘날의 인터넷과 음성인식 기술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R&D 투자 결과물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