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취득세 3000만원 돌려준다더니"…황당한 경매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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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세심판원 '원시취득' 결정에 세율 4%→2.8%경매 투자자들 사이에서 줄을 잇던 취득세 환급 신청에 제동이 걸렸다. 조세심판원이 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서다. 지난 5월만 해도 취득세 환급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6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어서 경매 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
"세금 돌려달라"…경정청구 줄잇자 반년 만에 번복
▶본지 7월17일자 A27면◆세금 환급→환급 불가…6개월 만에 번복
2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조세심판원은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을 승계취득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내렸다. 부동산 취득은 그 종류가 원시취득일 때와 승계취득일 때의 세율이 다르다. 건물 등을 짓자마자 신고하는 원시취득은 2.8%로 계산하지만 일반 매매는 승계취득세율인 4%를 적용한다. 이번 결정은 경락 또한 원시취득이 아닌 일반 매매로 봐야한다는 게 골자다.
청구인 A씨는 2년 전 경락 부동산 취득세를 4%(승계취득)로 계산해 5억4510만원을 냈다. 그는 2.8%(원시취득)의 세율로 다시 계산한 차액 1억6000여 만원을 환급해줄 것을 과세관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심 2018지1096
문제는 조세심판원이 6개월 전만 해도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조세심판원은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은 원시취득에 해당한다며 과거 승계취득세율(4%)로 세금을 정리했다면 원시취득세율(2.8%)로 다시 계산해 환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16년 12월 지방세법이 개정되기 전 경락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에만 여기 해당한다. 개정안에서는 한 번이라도 과세 대상이 됐던 물건을 취득할 경우 원시취득이 아니라는 조항이 명시돼서다.당시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2017년 이전 높은 세율로 취득세를 냈던 경매 투자자들의 경정청구가 줄을 이었다. 세율이 크게 달라져 크게는 수천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대부분이 4% 취득세를 적용받은 상가 건물이나 토지 투자자들이다. 주택은 과세표준별로 세율이 달라 9억원(취득세율 3%) 이상인 경우만 해당한다. 이번에 조심이 기각된 A씨의 경우도 5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온 뒤 경정청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세금 환급을 퇴짜맞아 찾아간 조세심판원에서 기존 결정이 번복되는 황당한 일을 겪게됐다.◆“애꿎은 투자자만 피해 입어”
조세심판원이 반년 만에 입장을 뒤집은 데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큰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안부는 지난 7월 경락 부동산 취득이 승계취득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조세심판원의 5월 원시취득 결정 이후 경정청구가 줄을 잇자 경기도 세정과에서 질의한 결과다. 당시 경기도에선 2400여명이 취득세를 환급해달라며 경정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99건은 아직도 심판청구가 진행 중이다. 이종돈 경기도 세정과장은 “조세심판원의 5월 결정이 유지됐다면 도에서 환급해야할 세금만 300억원 규모였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유사 심판청구가 조기에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매 1번지’로 통하는 강남구에선 그간 경락 경정청구가 80여 건 접수됐다. 이들 부동산의 취득세액만 241억원에 달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다른 지역보다 과표가 높다보니 세액 또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을 미루던 이들이 환급을 포기하고 있다”며 “행정소송 등의 방법은 있지만 비용과 시간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애초 조세심판원의 원시취득 결정이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경락을 원시취득으로 해석했던 건 대법원 판례를 경솔하게 준용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2000년 이전의 판례를 추가로 검토해 심판 결정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손바닥 뒤집듯 바뀐 세제 해석으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세무사는 “경매 업계를 혼란스럽게 한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라면서 “환급을 예상하고 세무업무를 진행하던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그대로 매몰비용이 되면서 유·무형적 피해를 입게됐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