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스타벅스에 눈도장 찍은 LG…다급해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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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천장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 순차적 설치요즘 커피업계에선 '스타벅스가 서울시보다 낫다'라는 말이 돈다. 서울시의 미비한 미세먼지 대책을 꼬집는 의미다. 최근 스타벅스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대목이다.
LG, 스타벅스 매장에 공기청정 시스템 시범 설치
신시장으로 기대...백화점 등 유통업계로 확대 전망
삼성, 이달말 시제품 테스트…탈락시 LG가 전량 계약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부터 매장마다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고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고객들을 미세먼지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은 스타벅스가 최초 도입하는 것으로, 여지껏 천장 매립형 시스템은 냉·온방기가 유일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이석구 스타벅스 대표가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지자 직원들에게 실내 공기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다. 쾌적한 공기질도 스타벅스 방문 고객이 반드시 누려야 할 서비스라는 판단에서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곧 바로 '미세먼지 제로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인테리어와 기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매립형 공기청정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천장에 매립할 수 있는 공기청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스타벅스는 국내 가전업체 중 LG전자가 천장 부착식 공기청정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스타벅스 인테리어팀은 "LG전자가 비슷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LG전자를 찾아갔다"면서 "식음료 매장 내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LG전자와 우선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스타벅스는 LG전자와 1년여간 협업을 통해 식음료 매장에 최적화시키기 위한 공기 정화 효과와 기술 테스트 등을 벌였다. 그 결과 이 공기청정 시스템은 5단계 정화 기능을 갖추게 됐고, 먼지 입자의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도 감지해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결국 LG전자는 스타벅스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한 시제품을 내놨고 스타벅스는 도입을 결정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스타벅스 매장 두곳에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시범 설치하면서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공기청정 시스템은 실제로 반응도 좋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공기청정 시스템 설치 매장을 방문한 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이 매장을 찾아서 방문할 의사가 있다'라고 대답했고, 공기청정 서비스 인지 후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82%에 달한 것. 스타벅스의 공기청정 시스템 운영 매장은 올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150곳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문을 여는 매장을 포함해 리노베이션 매장 등 매년 200여곳에 1500대가량 이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에 없던 매립형 공기청정기 판매 시장이 열린 데다 LG전자가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대로 가다간 새로운 시장을 통째로 경쟁사인 LG전자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실 삼성전자는 스타벅스에 시제품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삼성전자는 스타벅스가 원한 기준을 맞추지 못해 납품업체가 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 시제품 성능 테스트를 다시 받는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매장 사양에 맞는 공기청정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면 스타벅스는 공정하게 평가해 우수한 공기청정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물량을 추가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스타벅스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LG전자의 독점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커피전문점을 비롯해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스타벅스에 이어 SPC, CJ와도 관련 협력을 논의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은 새로운 시장이다. 그만큼 선점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이번 테스트 때 납품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시장의 주인은 LG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가 스타벅스를 만족시키는 공기청정기 시스템을 선보이며 LG전자의 독점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