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청신호…강경파 나바로 배제돼"

양국 화해 제스처 뚜렷해 무역전쟁 해결 기대감 커져
다음 달 1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배제돼 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따로 만나 무역전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2월 1일 만찬 회담을 하면서 최대 6명의 참모진을 각각 대동할 것이라며 나바로 국장은 이번 회담에서 배제됐다고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과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론자다.그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은행가와 헤지펀드 매니저를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라고 부르며 "이런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의 임무는 대통령을 압박해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바로 국장이 배제되면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측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 딩쉐샹(丁薛祥)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정치국원 등이 배석자로 거론된다.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유화 제스처가 본격화되고 있어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전날 필리핀 인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과 연합훈련을 마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홍콩 입항을 허용했다.

레이건호는 지난해 10월에도 보급을 위해 홍콩에 입항한 적이 있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한 이후인 지난 9월에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의 홍콩 입항이 거부된 바 있다.중국이 이례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연합훈련을 한 항모전단의 홍콩 입항을 허가한 것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중국 강경 발언을 최근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6일 미국이 무역전쟁을 개시한 후 후속 관세 부과 조치가 이뤄진 9월 18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20회, 무역과 관련해 42회, 관세와 관련해 21회의 트윗을 올리며 맹렬한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9월 18일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관련된 트윗은 5회, 관세와 관련된 트윗은 2회로 줄었다.

나아가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매우 길고 좋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급 회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을 이끄는 류허 중국 부총리는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과 고위 당국자 간 협상을 아르헨티나에서 가질 전망이다.

고위 당국자 간 협상 장소가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잡힌 것은 정상회담에 무게를 싣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커들로 위원장은 20일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낙관적인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 간 매우 구체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