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외국인 애인이 돈 요구…'로맨스 스캠' 주의보

은행 직원, 외국인에게 3천여만원 송금하려는 여성 피해자 만류
"세관에 붙들렸다.벌금 내야 하니 2만6천 달러(한화 약 3천만원)만 보내달라."
50대 여성 A씨는 최근 SNS에서 미군이라는 한 남성과 꾸준히 연락했다.

어느 날 SNS로 말을 걸어온 이 남성은 자신을 이라크에 파병 근무 중인 미군 장교라고 소개했다.

A씨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했지만, 영어로 보낸 이 외국인 남성의 메시지를 자동번역기로 읽고 답하며 친분을 쌓았다.하루하루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A씨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이 남성과 사귀는 사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어느 날 이 남성은 "한국에 입국하려는데 택배비가 없다며 400만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 남성을 좋아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그러고는 지난 13일 이 남성은 한국에 입국하려다 세관에 붙들렸다며 벌금을 내야 풀려나 만날 수 있으니 3천만원을 보내달라고 A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농협으로 가 이 남성에게 해외 송금을 해주려 했다.

그러나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 손모(30·여)씨가 만류하면서 다행히 돈을 보내지 않았다.손씨는 A씨에게 "요즘 이런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며 다른 피해 사례를 A씨에게 설명해 송금을 막은 후, 광주 북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했다.

A씨는 SNS 사용자를 대상으로 친분을 쌓고, 믿음을 갖게 한 뒤 결혼을 빙자해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수법에 당할 뻔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울산에 사는 50대 여성이 이 수법에 속아 미군 장성이라고 주장하는 외국인에게 수천만원을 보낸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에서는 올해 7월까지 4년 동안 66세 여성이 영국에 사는 엔지니어라고 주장하는 남성에게 약 260억원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양우천 광주 북부경찰서장은 사기 피해를 예방한 은행 직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의심스러운 고액 인출 시에는 반드시 112신고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