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병대 전 대법관 3차 소환…구속영장 청구 저울질

1~2차 조사에서 혐의 부인…검찰, '각종 의혹에 관여' 진술 확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병대(61)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세 번째 불러 조사했다.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함에 따라 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2일 오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 19~20일 연속 조사를 받은 박 전 대법관은 전날 하루 쉬고 다시 검찰에 출석했다.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 등 재판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수집 ▲ 법관사찰 ▲ 비자금 조성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앞선 두 차례 조사와 마찬가지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물증이 뚜렷한 혐의에 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되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거나 "업무는 법원행정처 담당 실장 책임하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구속 상태인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각종 의혹에서 박 전 대법관의 의사결정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혐의를 부인하는 조사 태도 역시 영장 청구 쪽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이다.검찰은 5개월 넘게 100명 가까운 전·현직 판사를 조사하며 확보한 각종 진술과 물증에 비춰 박 전 대법관의 혐의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심의관들에게 반헌법적 내용이 담긴 문건을 만들도록 하는 등 불법행위의 상당수가 '사법행정 2인자'였던 박 전 대법관의 지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법관사찰'의 주요 타깃이 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해서는 박 전 대법관이 실장회의에서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단서도 나왔다.

이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은 인사모를 와해할 구체적 방안을 구상했다.

박 전 대법관이 하급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중간책임자'에 해당하는 임 전 차장이 구속된 마당에 그에게 지시를 내린 상급자이자 공범으로 보이는 박 전 대법관을 불구속 상태로 수사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신병처리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의 영장을 청구할지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