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헬스케어 규제 넘쳐…시장 매력 없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상위 100곳 중 63곳 '지적'
원격의료·DTC 규제 가장 큰 문제
글로벌 유망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한국이 사업하기 힘든 곳이라고 평가했다. 원격의료, 의료데이터 등에서의 규제 때문이다.

2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제안 발표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경수 삼정KPMG 이사(사진)는 KPMG와 피치북이 글로벌 100대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곳이 이같이 답변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14년 이후 누적투자액 기준으로 상위 100위 안에 든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든 이유로 ‘원격의료 금지’(44%) ‘피부 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된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규제’(24%) ‘의료데이터 활용 제한’(7%) 등을 꼽았다. 박 이사는 “문턱 높은 진입 규제,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취약한 시장 환경 등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미성숙하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내 의료 환경을 고려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100대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뛰어난 의료기술, 90%가 넘는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갖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이사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각종 규제 때문에 헬스케어 사업에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환경이 이유”라고 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600만 건의 영유아 체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료데이터 규제 때문에 활용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다가는 범법자로 내몰리기 십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도 “한국 시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에 큰 매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박 이사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3개 기관의 심사를 받는 데 500일 이상 걸린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선 선 진입-후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