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트럼프 이후에도 '아메리카 퍼스트'는 계속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박행웅 편역 / 박동철 해제
한울엠플러스 / 280쪽│1만9500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다양한 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착수했다. 지난해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결정했고, 올 3월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고립주의의 길을 걸으려 하는 걸까.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인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우선주의’를 둘러싼 오해들을 하나씩 풀어 설명한다. 트럼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전략 문서를 엮어 국가 정책으로 수립된 미국 우선주의를 살펴본다. 책 앞부분에서 2017년 12월 백악관이 발표한 안보 전략, 후반부에서는 미국의 국방뿐 아니라 핵, 무역 관련 전략 문서를 선별해 해설한다.“미국은 대화부터 강제 수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 시장을 왜곡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반대할 것”이라는 대목이 미국의 행보와 관련한 의문에 답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동맹국과 우방국의 협조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동맹의 가치’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전략 문서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미국과 안보 이익을 공유한 나라들이 그들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방위 비용을 분담토록 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도 거리가 있다. 보호무역이 아니라 ‘호혜적 자유무역’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국의 전략 문서에서는 중국을 G2의 경제 대국임에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 주도 경제하에서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덤핑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조직적으로 가로채고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행태도 지적한다. ‘규칙파괴자(rule-breaker)’는 중국이지 미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한·미 동맹 관계와 미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적당한 타협을 선택할 것인지 등의 궁금증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

책은 트럼프에 가려져 있는 ‘국가 정책으로서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를 파고든다. 어느덧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의 절반을 마친 시점에서 트럼프 이후에 대한 전망도 담았다. 미국의 국가 운영 시스템이 개인의 캐릭터보다 강하다는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틀에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을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자 범정부적으로 대처해야 할 상대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인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정치, 경제, 외교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본질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우리에게 시련 혹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