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美시장 수성"…테네시 세탁기 신공장 '블프' 맞춰 생산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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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특파원 - 현장리포트
LG전자 美 세탁기 공장 가동 초읽기
2800억 들인 첫 美 생활가전 공장
올 저관세 쿼터 120만대 소진…수출 힘들어 현지공장 가동 서둘러
트럼프 보호무역 조치에도
한국 세탁기 美 시장 휩쓸어 '세이프가드' 월풀은 점유율 하락

작년 8월 착공한 공장으로 건물은 이달 초 완공됐고 생산라인은 이달 말 시범가동에 들어간다. LG전자 북미법인 관계자는 “회사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공장”이라며 “램프업(생산량 증대 작업)이 끝나면 연간 120만 대의 드럼 및 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공장을 찾은 때는 오후 6시 무렵이었지만 공장 안팎에선 수백 명이 불을 밝혀놓고 장비 조정 등 마지막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을 넘겼지만 거대한 주차장엔 차량들이 빼곡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는다. 미국 전체 소비의 30%가 이뤄진다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연말 쇼핑시즌에 삼성·LG전자는 세탁기 판매에 관한 한 일부 비축한 물량으로 버텨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할인 등 프로모션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저율 관세를 적용받는 새로운 120만 대 쿼터는 내년 2월이 돼야 되살아난다.
삼성·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300만 대 규모의 세탁기를 태국과 베트남 공장 등에서 들여와 팔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 관세를 내는 120만 대를 뺀 180만 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그나마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초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세웠다. 기존 건물을 활용해 공장 가동이 빨랐다.LG전자는 클라크스빌에 125만㎡ 부지를 구해 7만7000㎡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지금껏 2억5000만달러(약 2820억원)를 투자했다. 공장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세탁기 시장을 수성할 수 있다. 밤낮 없이 가동을 서두르는 이유다.
삼성·LG전자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9.1%와 17.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의 삼성 17%, LG 14%보다 더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세탁기를 선호해서다. 반면 세이프가드 관세를 청원했던 월풀은 작년 상반기보다 0.6%포인트 줄어든 15.7% 점유율로 3위로 내려앉았다.
클라크스빌=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