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노동계에도 고통분담 요구했지만…경사노위 '勞 민원창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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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우여곡절 끝에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1월 임시기구인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꾸려진 지 10개월 만이다. 공식 기구로는 2016년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양대 지침(일반해고 가능·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발표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불참한 채 '개문발차'
탄력근로 확대·ILO 협약 비준 등 '노사 대치' 공전 땐
정부·여당 '親노동 공익위원案'으로 입법 나설 가능성
어렵게 대화의 장은 마련됐지만 경사노위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합의했음에도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데다 노사 관계의 뿌리를 흔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국민연금 제도 개편 등을 놓고 노동계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동계가 ILO 협약은 물론 연금개편, 산업안전, 금융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모든 민원을 경사노위를 통해 해결하려 해 ‘만사경통’(모든 일이 경사노위를 통한다)이라는 말이 나돈다”며 “이런 마당에 경사노위가 친(親)노동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노동계의 민원 창구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탄력근로제 확대 결론 낼까
경사노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첫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시간 관련 의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최대 3개월로 묶여 있는 단위기간을 늘리고 그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보전, 근로자 건강권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문제는 논의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연내 입법을 공언했음에도 ‘논의 시한은 새롭게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내부 합의를 거쳐 결정한다’고만 했다. 합의 불발을 이유로 위원회가 공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선언한 양 노총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이유가 입법 지연 작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산업현장은 당장 근로시간 단축 계도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을 무방비 상태에서 맞는다.정부 고위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논의가 경사노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다행이지만 그만큼 법개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근로시간과 관련 포괄임금제 등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면 논의가 공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화약고’ ILO 핵심협약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보장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ILO 핵심협약 문제는 노동계의 숙원사업이다. 경사노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노동계 요구를 대폭 반영한 공익위원안을 발표했고, 여당은 총파업 당일 ‘내년 2월 입법’을 공언했다. 경사노위는 내년 1월까지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경영계의 요구 사항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내년 1월까지 노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은 공익위원안으로 입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 외에 행정부처와의 관계에서 ‘옥상옥’ 논란도 있다. 지난 19일 노동계의 제안으로 출범한 금융산업위원회는 금융 환경 급변에 따른 고용문제를 다루게 된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있지만 노사정 논의의 결과가 사실상 정책 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노동계에도 고통분담 요구한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양보와 타협을 강조하며 노동계에도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를 이끄는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등을 외치며 사회적 대화 대신 총파업을 택한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빠른 사회적 대화 복귀도 요청했다.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 원칙과 관련, 노사 자율타협이 최우선이며 정부는 중재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사정위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며,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의견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