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화의 역설'? 블록체인 기업들 설 자리 잃나…업계 리더들 2019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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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화 돼도 혁신적 스타트업들엔 기회 있어“현재의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망할 것입니다.”
전통 금융권 산업영역, IT기업들이 최적화 주도
높은 수준 인재들과 기관투자자들 도리어 유입
핀테크산업협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핀테크 컨퍼런스 2018’의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서준 해시드 대표(사진)는 이같은 발언으로 청중의 주목을 끌었다.김 대표는 국내의 독보적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업체) 해시드 수장이자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파트너이기도 하다. 업계에서 입지가 두터운 그가 “현재 나와있는 유틸리티 토큰 프로젝트들 중의 상당수는 개발이나 비즈니스 역량이 떨어진다. 때문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좋지 않게 변하고 있다”고 짚은 것이다.
한 청중이 “대부분 토큰이 망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결국 블록체인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중앙화된 주체(프로젝트 팀)가 중심이 돼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역량이 부족하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국경이 없는데 비해 상당수 팀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이나 문화적·언어적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블록체인 시장이 대중화되고 전통적인 정보기술(IT) 강자나 금융기업들이 진입할 경우 역량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들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두가 꿈꾸던 ‘제도권화’가 과연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득’이 될 수 있을까.
◆ 암호화폐 제도권화되면 기존 블록체인 기업들 향방은
이날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은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표 대표는 “과연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고 제도권화 되는 미래가 오면 블록체인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며 “합법적인 프레임워크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소매업자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이에 대해 “핀테크 분야의 입지적인 기업 페이팔(Paypal)이 전통적 금융권이 아닌IT생태계에서 탄생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전통 금융권 산업의 영역이라고만 생각됐던 사업을 IT스타트업들이 최적화 시키고 신선하게 풀어 낸 것 처럼, 블록체인이 제도권에 들어온다고 해서 블록체인 업계의 입지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히려 증권형 토큰 공개(STO) 분야에서도 기존 증권사보다 더 잘하는 블록체인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면서 “기술적 측면만 봐도 일반적 증권 발행과 STO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기존 실물 증권은 국내에만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거래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증권형 토큰의 경우 클릭 몇 번으로 전세계 어디에나 쉽게 유통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한 국가 내에서만 토큰이 유통되게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증권형 토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이 생길 것이다. 경직된 방식으로 일을 해왔던 기업들 보다는 스타트업들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STO에 너무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STO의 활성화는 우리의 예상보다 늦게 올 수 있다”며 ‘STO 만능론’에 대해서 거리를 뒀다. 다만 “블록체인 기업들이 STO에 적합한 프로젝트를 소싱 하는 능력과 관련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능력을 키우면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으며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이신혜 GBIC 파트너는 “이제 STO를 통해 펀딩을 받거나 자산을 재분배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며, 미국, 싱가폴에서는 이미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런 사례들이 증권회사의 주체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며 새로운 핀테크 업체 또는 블록체인 업체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녀는 “부동산, 예술품, 심지어 암호화폐 거래소의 STO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분야에서 선지적인 기업은 금융권 보다는 기존 스타트업들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갈수록 침체되어가는 암호화폐 시장... 2019년 전망은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내년의 암호화폐 시장 전망에 대해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의 규제가 명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당분간 공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환경적인 어려움과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발전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의 속도가 느려서 이 서비스는 못 만든다’라는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라며 “확정성 문제는 거의 다 해결이 될 것이고, 시장 상황과 별개로 인재들의 유입도 계속 된다”고 진단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해시드에서 실사 중인 역량이 뛰어난 블록체인 팀들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기업 출신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급의 개발자들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며 “시장과 무관하게 블록체인 시장에 참여하는 인재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량이 부족한 상당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망할 수 있다고 전단하면서도, 동시에 역량이 뛰어난 프로젝트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예전과 같이 단번에 비트코인 시세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2015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며 “당시는 시장 볼륨이 작아서 비트코인이 6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떨어져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볼륨이 너무 커져서 단번에 쉽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2019년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년 하반기정도면 장이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핵심은 인프라 문제와 확장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며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이신혜 GBIC파트너는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 폭락은 펀더멘탈이 변했다기 보다는 그저 소수의 고래들의 자존심 싸움에 의한 것”이라며 “내년의 시장 전망 자체는 밝다고 본다”고 짚었다. 그는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19년은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으로 인해 시장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19년이 되었다고 당장 규제가 정해지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싱가포르가 내년 2분기까지 STO 및 블록체인 관련 규제들을 내놓겠다고 시사한 점과, 유럽과 미국에서도 본격적인 규제안들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녀는 “내년이 당장 대규모 채택(Mass Adaption)이 실현되는 해는 되지 않겠지만,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블록체인 사례들이 나올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2019년 시장을 전망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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