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정년까지 근무하고 싶지만 관리직은 되고 싶지 않다는 日여성들

일본의 한 지방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정년까지 근무하고 싶은 직장여성은 늘어난 반면 조사 대상의 90%가까이가 관리직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까지 ‘여성은 보조적인 업무를 한다’는 보수적인 직업관이 일본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에히메은행 산하 조사연구기관인 히메긴정보센터가 에히메현에서 일하는 여성 4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년까지 일하고 싶지만 관리직은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조사 대상 직장여성의 31.8%는 ‘정년까지 현재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해 전년 대비 7.0%포인트 긍정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관리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비율은 86.8%에 달했습니다.

히메긴정보센터의 조사는 1996년 이후 매년 실시되고 있어, 지역 직장여성들의 의식변화를 추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평입니다. 지역 내 18~72세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행됐고,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40.5세라고 합니다.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여성들은 ‘일의 보람’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20.2%는 결혼과 출산, 육아, 고령자 간병 등의 이유로 퇴직할 생각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0%였습니다.관리직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업무 부담’과 ‘책임감’ 등이 주요 이유로 지목됐습니다. ‘나는 관리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거나 ‘출세에 관심 없다’는 등의 이유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남성의 가사·육아에서의 협력’을 꼽았습니다.

히메긴정보센터는 ”여성의 사회진출 폭을 넓히기 위해선 남성의 지원과 함께 여성 자신들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한편, 일본 직장인 사이에서 ‘관리직 기피’는 남여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올 2~3월에 정규직 직장인 1만23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관리직 이상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1.1%에 달했습니다. 반면 ‘관리직 이상으로 승진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친 경우는 38.9%에 그쳤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일본 직장인들이 승진을 원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1.3%로 가장 많았습니다. ‘업루량이 늘어나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꼽은 경우도 65.8%에 달했습니다. ‘부하를 관리하거나 지도할 자신이 없다’는 응답도 57.7%나 됐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