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11년만에 마무리

반올림과 '직업병 분쟁' 합의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중재안 조건없이 이행"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가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로 11년 만에 마무리됐다. 삼성은 피해자 측과 합의한 보상 및 지원을 적극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피지 못했다"며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조정위가 발표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삼성전자 관계자와 피해자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황상기 대표, 피해자 및 가족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한정애 더불어 민주당 의원 등도 함께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6일 세상을 떠난 故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제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지만 그간의 아픔을 잊을 수는 없다"며 "노동자 혼자서 회사의 안전보건을 살펴보고 다른 의견을 내기는 어렵기에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안전보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협약식에서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내놓은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상업무를 위탁할 제3의 기관은 양측이 합의한 법무법인 '지평'으로 정했고,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는다. 삼성전자가 별도로 출연하는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기탁할 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정했다. 보상 범위를 확대하면서 중재안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는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17일 이후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과 사내협력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정했다. 보상 기간은 2028년 10월31일까지다. 그 이후는 10년 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지원보상 범위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으로 결론났다.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을 포함하기로 했다.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으로 정해졌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고통과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고통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서로 다른 입장과 가치에 대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나가면서 화해를 위한 불씨를 키워 나갈 때 우리는 치유에 이를 수 있으며, 이번 조정과 중재절차가 바로 그것을 보여준 하나의 전형이 됐다"고 평가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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