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진정한 '가난 구제'

고두현 논설위원
최근 나온 두 가지 통계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서민층 근로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3분기 가계 통계’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 평균 근로소득이 47만8900원으로 작년 대비 22.6%나 줄었다. 사업소득(자영업자)도 13.4% 감소했다. 복지수당·보조금 등이 60만4700원으로 19.9% 늘었지만 근로소득 감소분을 메우지 못했다.

또 하나는 한국 저소득층 가구가 가난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최하위라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내용이다. OECD 회원국의 조세재정정책에 의한 빈곤탈출률이 평균 64.1%인 반면, 한국은 19.5%로 꼴찌였다. 저소득층 소득개선 효과도 회원국 평균(62.1%포인트)에 한참 못미치는 11.5%포인트에 그쳤다. 둘 다 소득재분배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국가 차원의 가난 극복은 각국 정부의 오랜 과제였다. 경제대국 미국도 절대빈곤층이 적지 않다.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이다. 그러나 빈곤율은 1970년 13.7%에서 2017년 12.3%로 큰 변동이 없다. 이 기간 저소득층 지원금을 10배 늘렸는데도 그렇다. 학자들은 “정부 지원이 노동 의욕을 꺾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가 “빈민구제법이 되레 빈곤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 대로다.

진정한 가난 구제 방법은 무엇일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얼마 전 야당과의 정책 토론에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잡화점 딸로 자수성가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또한 “일하는 개인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왕 일을 하려면 자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이 ‘우리가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빵집 주인의 치열한 이윤추구 노력 덕분’이다. 각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게 시장원리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이 이뤄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도 개선된다.돈에 관한 인식 또한 바꿀 필요가 있다. 가난과 부(富)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자본을 적대시해선 곤란하다. 어릴 때부터 ‘돈 밝히면 나쁘다’는 식의 왜곡된 경제관념을 심어줘서도 안 된다.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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