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김학수 상임위원은 23일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에 대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원칙 중심 회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김 위원은 이날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주최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원칙중심 회계기준과 회계'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2011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은 규정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 회계처리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회계기준이 회계처리를 위해 상세한 규정 대신 개념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원칙 안에서 기업에 회계처리 판단에 대한 재량과 책임을 주는 방식이다.김 위원은 "IFRS 도입 후 관계 기관은 국내 정착을 위해 교육과 홍보 등 많은 역할을 했으나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기업과 외부 감사에 IFRS라는 새 옷을 입히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원칙 중심 회계로 전환하는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런 상황에서 원칙 중심 회계기준 준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원칙 중심 회계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법으로 회사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자칫 자의적인 회계처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김 위원은 원칙 중심 회계에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로 회계처리 과정이 사회 통념상 정당한 절차로 이뤄졌는지를 의미하는 '듀 프로세스(due process)', 회계기준 준수에 대한 성실성인 '인테그리티(integrity)'를 꼽았다.
한국회계학회장인 조성표 경북대 교수는 "원칙 중심 회계가 잘 진행되는 듯하다가 올해 대형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이 터졌다"며 "이 대형사건에 분식회계 판정이 내려지니 기업과 회계법인에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규정 중심 회계 때에는 질의 회신, 해석 지침 등을 잘 줬는데 원칙 중심이 되고 나서 그런 것이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규정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다 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 얘기가 나온 지배력 결정 기준 등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동근 한영회계법인 부대표는 "잣대에 회계기준 이외에 회사 의도가 들어가면 그게 재무제표 왜곡이 된다"며 "다행히 회계개혁법은 각 주체의 의지를 걷어내기 위해 많은 장치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다만 "운영 주체가 회계기준을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갖고 가겠다면 원칙 중심 회계가 자연스럽게 실현될 것이고, 이를 지키려면 불필요한 의지를 빼내는 노력을 각각 주체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제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이 여러 의견이 나왔다.
청중석에 있던 강철승 중앙대 교수는 "전임 정부에서 나온 증선위 결정이 이번 정부 들어와서 뒤집히는 게 회계 원칙에 맞는 것인가"라며 "국제회계기준 원칙에 맞게 하라고 해놓고 정권이 바뀐다고 결정이 바뀔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청중은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온 복제약 관련 기업가치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게 옳다는 얘기는 원칙 중심 회계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원칙 중심 회계는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가 그것을 잘 나타내는 회계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