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푸틴에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러 대북제재 이행 중요"

러시아의 대북제재 전선 이탈 단속, 비핵화 지렛대 확보 포석 관측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주 아시아 순방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서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진핑(習近平)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펜스 부통령 인터뷰 등을 토대로 이러한 뒷얘기를 소개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파푸아 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 바 있다.

로긴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3차례에 걸쳐 짧은 대화를 나눴다.14일 갈라 만찬과 15일 정상회의 시작 전에 만났고 정상회의가 끝난 후 회의장 한편에서 15분가량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음번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러시아가 평양에 대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로긴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자 미국이 즉각 반론을 제기하며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을 비난, 설전이 벌어지는 등 그동안 미·러는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대립해왔다.펜스 부통령의 메시지는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에서 러시아의 이탈을 단속, 국제적 공조전선의 균열을 막음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북미협상 국면에서 지렛대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순방에서 앞서 지난 9일 WP에 직접 기고한 글에서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며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15일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계획이 있을 때까지 우리는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지난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는 2016년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우리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와 문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 입장을 선언한 미·러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문제 등 이달 30일~내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개최될 미·러 정상회담 의제를 거론했다고 로긴 전했다.

이날 정상회의 기념촬영 후 펜스 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구석으로 가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로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펜스 부통령에게 "중국은 개발도상국(developing nation)이라는 걸 기억하라"며 '특별대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이제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G20 정상회의야말로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산업 관행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제안을 갖고 테이블에 나올 가장 좋은 기회라며 "시 주석에게 아르헨티나에서 모든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라고 독려하라"고 말해 리 총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로긴은 전했다.

펜스는 그 이후 파푸아 뉴기니에서 열린 APEC 만찬에서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개방된 시장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고 로긴에게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로긴은 "펜스 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리 총리와 나눈 대화를 통해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과 북한, 무역 분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내주 아르헨티나에서 있을 큰 결전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며 그가 단호한 메시지들을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대화와 진전을 위한 문을 열어두기 위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