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대권 무덤' 징크스 정면돌파 가능할까

역대 걸출한 경기지사들 '대권 우승후보'였으나 모두 실패
이지사 "나는 실무행정가" 차별화…실력 입증기회는 사실상 실종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임 5개월이 채 안 된 24일 검찰 포토라인에서 원치 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친형 강제입원' 등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3가지 의혹 사건과 불기소 의견으로 넘겨진 '여배우 스캔들'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소환에 응해서다.

검찰이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소환 조사함에 따라 과연 최종적으로 공소제기에까지 이르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기소의견 송치' 삼각파도를 넘으면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오는 것도 부담이다.파괴력이 훨씬 큰 이른바 '정의를 위하여'(세칭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과 관련한 수원지검 조사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사건의 경우 경찰이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를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이후 트위터 계정의 g메일 아이디와 동일한 '다음 ID의 탈퇴ㆍ최종 접속지 자택'이라는 이 지사한테는 불리한 증거가 속속 알려지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경찰 발표가 사실이라고 전제할 때 이 지사가 선거 기간에 진실을 알고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2일 검찰에 고발해 이 지사 부부 모두가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이에 따라 소년공 출신의 노동 인권변호사라는 입지전적인 인생스토리로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백에 오르며 승승장구한 이 지사의 정치 인생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지사는 대선 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가 벌써 언급되며 명실상부한 여권의 잠재적 차기 주자의 입지가 흔들릴형편에 놓였다.

경기지사는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자체를 이끄는 자리로 당선과 함께 대권 후보반열로 '몸값'이 수직상승한다.그러나 경기도에 터를 잡은 후 대권 도전에 나선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등 4명의 걸출한 전직 경기지사 모두 순탄치 않은 대권가도를 달리다 낙마했다.

이인제 전 지사가 15대 대통령선거 본선에 진출했으나, '경선 불복ㆍ신당창당'이라는 여의도 문법을 벗어난 극약처방을 쓰는 바람에 과정자체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나머지 3명은 예선격인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대선이라는 큰 산은 유독 경기지사에게만 정상을 허락하지 않은 셈이다.

경기지사의 정치적 입지와 위상을 고려한 듯 야당은 검찰송치 시점부터 이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은 적극적으로 엄호하기보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날 검찰 조사에 사활을 걸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 송치와 관련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이 '대면 진찰 거부하는 환자(형님)에 대한 강제대면 진찰 절차 진행'을 '대면 진찰 없이 대면 진찰을 시도했다'는 무지몽매한 순환논리로 '직권남용죄'라 주장하고 그에 맞춰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이 지사는 경찰을 고발인 유착, 수사기밀 유출, 참고인 진술 강요, 영장신청 허위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강경 방침을 밝히기도 하는 등 결사 항전 의지를 내보였다.
이 지사는 취임 인터뷰에서 '경기지사가 대권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에 대해 "경기도는 서울시 등 광역시와 다르게 시·군 중심이고 도지사 중심이 아니다.

'무덤' 이런 표현을 안 했으면 한다.

도민이 서글프다.

밟고 지나가는 돌멩이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전직 경기지사들은 정치인들이었다.

저는 실무적 행정가다.

다른 삶에 의지하고 정치 활동하듯이 하면 경기도에서 성과 내기 어렵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실무적 행정가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기회가 봉쇄된 채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적 문제와 개인사적인 문제가 얽히며 검찰 소환조사부터 받아야 하는 난감한 처지다.이 지사가 대선 재수에 나서기도 전에 발목을 잡힐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위기를 정면돌파해 나갈 수 있을지 이날 검찰 조사가 그 첫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